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2년 전에 사서 옷장에 걸어만 둔 채 입지를 않았습니다. 살 때는 색상이나 디자인이 괜찮다 싶었던 봄가을에 입는 콤비인데도 한 번도 입지를 않았습니다. 옷이 많아서 선택할 게 많아서 그런 호사를 생각한 것은 아니고 반대로 옷이 별로 없어 또 새로 사야하나 생각이 들 때였습니다. 서울과 진주 두 곳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보니 하물며 셔츠나 양말도 두 배로 필요할 때가 많거든요.
그러다 지난해 가을 불현듯 옷장을 열 때마다 눈에 띄는 그 옷을 한번 입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고서는 거울을 찬찬히 보니 입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료도 “어, 요거 못보던긴데. 이 실장님한테 잘 어울리네요” 하는 게 아닙니까. 이유 없이 그냥 싫다는 편견이 가졌던 것이 부끄럽고 옷에게도 미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 선택하고서도 불분명한 이유로 타박을 했으니 말입니다. 편견은 참 무섭다고 말하고 또 느끼면서 정작 이 옷에 대해서 큰 편견이 있었습니다.
제가 홍보실 책임자로 처음 임명되면서 친한 친구가 축하해주면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관리자는 무엇보다 공정해야 한다고 충고해 주더군요. 후배들에게 어떤 편견도 가지지 말고 일을 나눠 주고 가르쳐 주고 또 그 성과를 평가해 보상하는데 있어 무엇보다도 공정해야지 아래 직원들이 따른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봅니다. 후배의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지 않는 선배로 인해 속을 끓인 경험들이 저에게도 없진 않더군요. 여러분들도 다들 한 번씩은 그런 경험이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나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지 못하는 게 또 개구리지 않습니까.
술 좋아하는 퇴직한 선배말씀이 생각납니다. “임오군란도 누구는 쌀 주고 누구는 모래 섞은 쌀을 줘 공정하지 않아서 일어났다”며 소주랑 맥주 섞는 소폭을 제조할 때 소주랑 맥주 배합비율을 사람마다 똑같이 해서 마시자고, 아니면 이 자리에서도 임오군란 일어난다는 우스개입니다. 편견없이 공정하다는 거 그거만큼 어려운 게 또 있을까 싶네요.
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