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이들을 엄마 욕심에서 놓아두자
이제 아이들을 엄마 욕심에서 놓아두자
  • 경남일보
  • 승인 2016.04.2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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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규 (경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유승규

올해 3월, 모 중학교에 있었던 민원사항이다. 오전 8시 30분까지 학생들이 등교해서 독서, 아침 명상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한 다음, 9시에 1교시 수업을 시작한다. 민원인 학생 엄마는 학생마다 특수한 사정이 있는데, 왜 일률적으로 지각을 매기느냐, 지각의 기준이 뭐냐는 등 따지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이 정도였으면 그래도 엄마의 교육에 대한 관심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왜 오후 4시30분까지 하교시켜주지 않느냐, 학교공부만으로는 특목고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 교문 밖에서 다 지켜보고 있다는 등 ‘헬리콥터 맘’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웠다.

어느 공익광고(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하고, 학부모는 앞서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가 생각난다. 엄마는 부모일까, 학부모일까.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제발 신체만이라도 정상이었으면 하는 바람만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첫말을 하고 첫발걸음을 뗐을 때 얼마나 기뻐하고 환호했던가. 오로지 잘 먹고, 잘 싸고, 아프지 않으면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는 바뀌기 시작한다. 우리 아이가 혹시 뒤처지지는 않을까, 부모를 원망하지는 않을까 등을 걱정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엄마가 아닌 학부모로 바뀌어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를 대하기 시작한다.

엄마 욕심으로 독서를 보면, 엄마는 어떤 책인지는 모르면서 유명한 분들이 추천한 권장도서를 아이에게 읽어라고 권한다. 반대로 아이가 읽고 싶고 재미있어 하는 책은 ‘좋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런 엇박자 속에서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오늘도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실은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에게 이런저런 수단과 방법으로 강요하는 학부모가 된 것은 아닐까. 이렇게 할수록 우선은 엄마가 만족하겠지만,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엄마가 애쓸수록 더욱 그렇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어른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신의 능력을 잘 키워 나간다. 우선 집에서부터라도 아이들이 웃음꽃을 활짝 피울 수 있도록 엄마의 욕심에서 아이들을 놓아두자.

유승규 (경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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