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불편한 진실’, 설 땅 있어야 한다
[경일시론] ‘불편한 진실’, 설 땅 있어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6.04.2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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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교수)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은 2006년 미국에서 제작된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이다. ‘불편한 진실’은 미국 전직 부통령 앨 고어가 1000번이 넘는 강연에서 사용했던 슬라이드 쇼를 바탕으로 ‘지구 온난화’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불편한 진실’, 열린 마음 함께해야

이후 인간관계나 정치·사회적 관계의 어떤 상황에 이 말이 원용되고 있다. 상황적 조건은 많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꺼려지는 것들,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까이거나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클 경우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의 논리적 구조는 안과 밖의 모순에 기초한다. 겉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표방하는 사람이나 조직의 실제 행동 큰 흐름이 내부의 원칙적 표방과 다를 때, 이 부정적 내용은 ‘불편한 진실’이 된다. 그러한 상황이 도래되면 ‘불편한 진실’은 정치사회적 상식이나 내부고발에 의해 표면화에의 계기를 맞는다.

그러나 내부고발이나 지적은 조직이나 특정인에 대한 배신의 낙인으로 불이익이 따라올 수 있다. 내부고발을 한 사람과 당한 사람의 입지는 정반대다. 전자는 동 세계에서 사실상 매장당하거나 이후 설 땅이 쉽지 않고, 후자는 불쾌감의 극치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건전성과 자정능력을 높이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불편한 진실’에 대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고민에 대한 최선의 방향성은 안과 밖, 그 사실관계에서 진실에의 갭(gap)을 스스로 줄여 나가는 것이다.

사회운영의 건전한 큰 틀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다. 정치가 이를 외면하고 정치적 계산으로 점철될 때, 사회는 ‘불편한 진실’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사회적 행위 주체가 자신이 터잡고 사는 공동체의 최소한의 생존과 관련해 1차적 고민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그 표 주인들의 환상을 깨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마치 현실정치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이러한 상황의 문제가 아닌, 정치 자체의 역할과 책무성이 시대흐름의 큰 틀을 외면하고 놓치고 있어 질타를 받고 있다.

민주정치는 신뢰를 축으로 견제와 균형을 맞출 때 제대로 작동한다. 정치가 오만하고, 자신들만의 특정 계파이익 확대에 몰두할 때, 그리고 정부에 대한 기대와 실제가 일치하지 않은 때 정부나 정치는 불신을 받게 된다. 4·13 선거결과도 ‘원칙의 정치’에 대한 기대가 유승민 공천파동으로 무너졌기 때문에 여권의 정치적 업보로 나타난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바에 대한 정치권력의 부합여부에 대한 평가는 선거 이외에 다른 큰 대안이 없다. 정치적 궁지는 정치적 무지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확신의 문제다. 자신의 정치만이 선(善)이 될 수 없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만큼 그 틀 안에서 정치적 주장과 입지를 상대화시켜야 한다.



정치로 풀어야 할 일, 정치로 풀어야

정치는 정치를 항상 가깝게 해야 한다. 정치를 멀리하면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사사건건 대립이다. 현실 세상에 존재하는 진실들 가운데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진실, 많지는 않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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