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돌을 '부숴', 눈이 '부셔'
◈말숲산책-돌을 '부숴', 눈이 '부셔'
  • 허훈
  • 승인 2016.04.25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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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이는 음식물을 잘게 {부셔/부숴} 삼키기 좋게 하여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부셔’와 ‘부숴’ 중 어느 게 바른 표현일까. 또 “어두운 실내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자 눈이 {부셔서/부숴서} 눈을 뜰 수가 없다.”의 문장에서 바른 표현이 ‘부셔서’일까, ‘부숴서’일까. 앞 문장에서는 ‘부숴(부수어)’가 맞고, 뒤 문장에서는 ‘부셔서(부시어서)’가 바른 표현이다.

‘부수다’는 ‘단단한 물체를 여러 조각이 나게 두드려 깨뜨리다’, ‘만들어진 물건을 두드리거나 깨뜨려 못 쓰게 만들다’를 뜻하는 말이다. ‘부수다’는 ‘부수어(부숴), 부수니’ 등으로 활용한다. “돈을 잘게 부숴야 한다./유리창을 부수다./쇠망치를 든 사나이들이 한쪽 벽을 부수고 뒤로 물러서자 북쪽 지붕이 거짓말처럼 내려앉았다.≪조세희,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쓴다.

‘부시다’는 ‘그릇 따위를 씻어 깨끗하게 하다’, ‘빛이나 색채가 강렬하여 마주보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를 의미한다. ‘부시다’는 ‘부시어(부셔), 부시니’ 등으로 활용한다. “솥을 부시다./밥 먹은 그릇은 깨끗이 부셔 놓아라./어두운 실내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자 눈이 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다./그 아이는 눈이 부시게 흰 스웨터에 눈이 부시게 흰 바지를 입고 있었다.≪조세희, 궤도 회전≫”와 같이 쓴다.

요약하면, ‘부수다’는 ‘깨뜨리다’는 의미를 함유하는 말로 ‘부수어, 부숴, 부수고, 부수니’ 등으로 활용하고, ‘부시다’는 ‘깨끗하게 하다’거나 ‘빛·색채가 강렬해 마주보기 힘들다’는 뜻을 지니는 말로 ‘부시어, 부셔, 부시고, 부시니’ 등으로 활용한다. 그 뜻을 잘 새겨 적절하게 사용했으면 한다.

허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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