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쑥차'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쑥차'
  • 김지원·박현영미디어기자
  • 승인 2016.04.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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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차로, 든든한 간식으로 봄쑥잔치
 
갓 만들어진 쑥차. 초록색 쑥차는 황금색 차색을 보였다. 진한 쑥향기가 가득하다.


봄이라 쑥이 지천이다. 황토빛 가득한 들판에 봄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초록의 융단이 펼쳐진다. 보들보들한 어린 싹이 황토를 쑥 뚫고 나와 이내 3~4㎝로 자라난다. 아직 어린 잎을 뜯어다 쑥떡도 하고 쑥털털이도 만들어 먹는다. 된장국에 쑥을 넣은 쑥국은 봄철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연례행사다. 도다리에 쑥을 넣어 끓인 도다리쑥국은 봄마다 유명세를 누리는 인기음식이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쑥은 이내 10여㎝ 이상으로 자란다. 크게 자란 쑥은 한방에서 약으로 사용된다.

쑥의 향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상추나 배추같은 싱그러운 향과는 다르다. 흙내를 품은 듯한 깊은 향을 지닌 쑥은 쌉싸름한 독특한 맛을 낸다. 새 봄을 뚫고 나오는 쑥으로 차린 음식은 몸에 좋은 약을 먹는 느낌이다. 쑥은 비타민 A와 B1, B2 C 등과 칼슘, 칼륨, 철분, 인 등이 풍부한 알카리성 식품이다. 항암작용을 하는 엽록소가 많아 암을 예방하는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위장과 간장,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는 성질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쑥은 특히 여성에게 좋은데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자궁을 따뜻하게 해 산후조리나 훈증요법 등으로 사용한다. 해열, 해독 구충작용 등 쑥의 효능은 무궁무진하다.



현숙씨의 밥차도 쑥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좋은 쑥을 뜯어다 1, 2주 말려 쑥차를 만들어두면 이 봄의 향을 내내 즐길 수 있다. 쑥을 뜯어놓고 그늘에 말린지 2주, 잦은 봄비에 쑥차 만들기가 늦어졌다. 1주일쯤 말린 쑥이 빛깔이 더 좋다고 한다. 그늘에서 천천히 마른 쑥은 바짝 마르지 않고 시든 풀 정도의 느낌이다. 쑥차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말린 쑥을 넓은 종이에 펼쳐서 바닥의 흙이나 부스러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손으로 쑥을 거둬 차를 만드는 덖음솥으로 덖어내면 된다. 바닥이 둥근 덖음솥은 전기로 열을 고르게 가한다. 말린 쑥을 한아름 털어넣고 손으로 계속 섞어주면서 포슬포슬한 느낌으로 뭉쳐질 때까지 덖어낸다. 열기를 가한 솥 안에서 손으로 계속 덖어주면 잎모양의 쑥이 바스라지면서 서로 뭉쳐져 쑥으로 만든 솜같은 쑥차가 완성된다.



 
그늘에서 말린 쑥을 뒤적이며 잡풀이나 잔가지를 집어낸다. 쑥은 잎 뒷면에 하얀 잔털이 붙어 있다.


쑥차를 만들 때 주의할 점은 완전무장이다. 쑥은 잎 뒷면으로 하얀 잔털이 자라있는데 덖는 과정에서 이 잔털이 날아올라 옷이며 머리에 온통 달라붙는다. 온통 흰털먼지가 날리는 통에 마스크는 필수, 머리수건과 안경으로 눈까지 가린 현숙씨. 고르게 열이 가해지도록 계속 손으로 섞어주다보면 쑥향이 주위에 가득찬다.

완성된 쑥차는 넓은 종이에 펼쳐놓는다. 남은 열기에 서로 더 달라붙지 않도록 펼쳐서 식힌다. 갓 만들어진 쑥차를 한잔 우려냈다. 황금빛이 우러난 찻잔에 쑥향이 고스란히 담겼다. 쑥차는 만들어서 바로 먹는 것보다 일주일쯤 두었다가 먹는 것이 더 맛이 좋다는 현숙씨의 조언이었다.



 
봄철 싱싱하고 여린 쑥은 음식재료로도 흔히 쓰인다. 찹쌀, 멥쌀을 섞어 가루로 내어두면 일년내내 쑥향 가득한 간식거리를 만들어먹을 수 있다. (왼쪽부터 쑥 새알을 넣은 호박범벅, 쑥부침개, 쑥굴레)


쑥향 가득한 별별요리

쑥차만 만들기엔 쑥이 너무 많다. 데친 쑥에 찹쌀과 맵쌀을 3대6대4의 비율로 섞어 방앗간에서 떡가루로 만들어오면 두고두고 쑥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가루를 낼 때 죽염을 섞어 간을 조금 해둔다. 현숙씨는 미리 만들어둔 쑥반죽으로 새알을 빚어 넣은 호박범벅과 야채와 양념고기, 치즈로 속을 채운 만두같은 쑥굴레 요리를 선보였다. 싱싱한 쑥으로 부쳐낸 쑥 지짐이도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쑥 새알을 넣은 ‘호박범벅’

씨를 뺀 호박을 찜통에 쪄서 껍질을 벗긴다. 푹 익힌 호박을 적당한 농도로 물을 섞어 믹서에 갈아 냄비에 넣고 끓인다. 죽염을 조금 넣어서 간을 맞춘다. 여기에 쑥가루를 익반죽해서 만든 새알을 넣고 함께 끓여내면 황금빛 고운 호박범벅이 완성된다. 달콤한 호박죽에 든든한 새알이 콕콕 박혀 든든한 간식으로 일품이다.



만두같은 쑥떡 ‘쑥굴레’

미나리, 무순, 다진 고추 등 채소에 양념한 고기를 살짝 볶아서 넣고 무쳐둔다. 쑥가루를 익반죽해서 둥글게 모양을 잡아 미리 만들어둔 속을 채워넣고 치즈를 곁들여 감싼다. 프라이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약한 불에 뒤집어가며 말랑해지도록 익힌다. 오븐을 이용하려면 170℃에 10분 가량 익히면 된다. 젓가락을 찔러보아 반죽이 묻어 나오지 않으면 다 익은 것. 만두같기도 하고 떡같기도 한 이색요리다.



싱싱한 쑥향을 그대로 ‘쑥 부침개’

쑥가루에 냉장고 속 남은 채소들을 툭툭 잘라넣고 만든 부침개도 새참이나 밥 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반죽에 튀김가루를 조금 섞으면 바삭한 부침개를 만들 수 있다. 밭에서 갓 뽑아온 파와 싱싱한 쑥을 더해 달군 팬에서 바삭하게 익혀낸다. 싱싱한 쑥향에 아삭하게 씹히는 파가 식감을 더해준다..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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