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해라
너나 잘해라
  • 경남일보
  • 승인 2016.04.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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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수필가)
이홍식
인터넷 바둑을 좋아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프로 9단 중에 “너나 잘해라”라는 닉네임을 쓰는 기사가 있는데 인기 있고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가 대국하는 날이면 관전자들이 아주 많다. 닉네임이 유별나기도 하지만, 프로기사 중에 바둑 두는 기질이 유난히 재미있고 다른 기사보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그가 바둑을 두면 게임머니로 그에게 베팅하며 응원한다. 바둑 두는 매너도 좋고 기풍이 힘 있고 수읽기가 깊다. 바둑이 프로 9단이면 입신(入神)의 경지다. 그가 입신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을까. 그런데 예사롭지 않은 그의 닉네임이 볼수록 내 마음을 간질이며 꼭 나를 두고 하는 소리 같아 정말 그의 말대로 나는 잘하고 사는지 돌아보게 한다. 절에 큰스님이 공부 게을리하는 수행승을 두고 죽비로 내려치는 소리 같아 어떤 날은 관전하는 것도 잊고 생각에 잠기는 때도 있다.

그 프로기사는 어떤 심정으로 닉네임을 만들었을까. 무언가 기사 나름의 생각이 담겨 있을 것이다. “너나 잘해라.” 그건 분명 바둑을 관전하는 사람뿐 아니라 세상사람을 향해 하는 말이다. 그것 하나만 잘해도 세상이 달라지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달라진다. 예컨대 너 하나 잘하면 자연히 나도 잘하게 돼 있다. 지금 혼탁한 정치판도 야당 네가 잘하든지 여당 너만 잘해도 서로 다툼은 사라진다. 누구든 하나만 잘하면 된다. 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무엇이든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며 다른 일에 참견하는 것이다. 공자 말처럼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고 아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라 했는데,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이 많으니 “너나 잘해라” 소리를 듣는 것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며 쓸데없이 아무것에나 참견하고 자기와 상관없는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면 좋아할 사람이 없다. 직장이나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괜히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이래라저래라 할 이유가 없다. 직장에서도 자기가 맡은 일만 잘하면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은 저절로 잘하게 돼 있다. 우리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걱정하지 말고 너나 잘해라고.


이홍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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