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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143>일림산철쭉고원과 편백숲 속으로 힐링 산행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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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0  16: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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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절 일림산(667m)은 철쭉의 계절이다. 자그마치 100ha의 광활한 민둥산이 온통 진홍빛으로 물든다. 해질녘 석양을 받은 철쭉은 산 전체를 빨갛게 채색하고도 남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얼굴과 마음까지도 붉은빛으로 물들인다.

이 산에서 연장하면 제암산과 사자산까지 철쭉군락지의 길이는 12.4㎞에 달해 규모면에서도 국내 최고라 할만하다.

철쭉의 키가 어른 키만큼 크고 그 속에 들어가면 하늘이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꽃터널 꽃대궐을 이룬다. 이번 주말 7일부터 8일까지 전남 보성 일림산 일대에서 철쭉제가 열린다.

정상에 서면 제암산(807m) 무등산(1186m) 월출산(809m) 천관산(723m) 팔영산(609m) 등 전남의 명산들이 한눈에 들어와 마치 호남 남녘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하다. 남으로 득량만 쪽빛 물결과 그 물결을 가로지르며 어디론가 향하는 작은 배가 황홀경을 보여준다. 북에는 첩첩산중 골골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 정겹다.

일림산은 전남 보성군 웅치면, 장흥군 안양면의 경계에 위치하며 호남정맥 중 가장 남녘 바다쪽에서 기운차게 우뚝 솟은 산이다.

산정을 중심으로 철쭉고원이 펼쳐진다면 산기슭에는 편백나무 숲이 띠를 이룬다. 숲에는 휴식처가 마련돼 있어 힐링을 쫓는 사람들이 사계절 찾는다.

보성강 발원지가 일림산 상부에 있다. 이 샘은 산 아래 용추계곡을 타고 급히 흐르다 굽이굽이 북동진해 전남 곡성 압록에서 섬진강과 합류한 뒤 남으로 휘돌아 하동 광양 600리를 거쳐 남해에 닿는다. 일림산 인근 보성 웅치는 민족의 한을 담은 서편제 태동지이다. 서편제의 비조 박유전의 소리에 반한 흥선대원군은 1860년 어느 날 이곳에 며칠을 유했다.

 
   
▲ 일림산에 핀 산 철쭉. 이번 주말 철쭉제가 열린다.


▲등산로, 용추계곡 입구 일림산주차장→용추계곡 교량→편백나무 숲→습지→자전거도로(임도)→골치→첫 봉우리→일림산→발원지 삼거리→보성강발원지→임도→용추계곡숲길→일림산 주차장 회귀. 휴식포함 4시간 20분소요.

▲오전 9시 50분, 용추계곡 입구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매년 5월 초 철쭉제가 열리는 곳으로 수백대 주차가 가능한 곳이다.

등산로 입구, 아주머니가 사람의 다리만큼 큰 칡덩이를 트럭에 전시해놓고 칡즙을 팔고 있다. 간해독 변비 고혈압에 도움이 된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임도를 따라 등산안내도 입간판을 지나 20m오르면 갈림길, 임도로 곧장 가도 되지만 자전거도로이다. 등산로는 오른쪽 철제 교량을 통해 용추계곡을 건너야 한다.

곧추선 편백나무 숲이 반긴다. 짙푸른 숲은 신선하고 상큼한 향기를 바람에 실어 보내 코끝을 자극한다. 그 사이 사선으로 파고드는 푸른빛의 아침 햇살이 장관이다. 오른쪽 작은 실개울과 함께 오르다가 곧 개울을 넘어선다. 왼쪽 언덕 아래 평평한 곳 습지에는 큰 나무들은 별로 없고 양치식물인 고비나물을 비롯해 갈대 억새, 물 친화적인 자잘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산지 습원에는 이 외에도 고산지대 특유의 삿갓사초 고마리 물봉선 등이 자생하고 있어 산림청에서 식물의 절취를 금하는 간판을 세웠다.

 
   
▲ 습원에 자라는 양치식물 고비


평평했던 길은 임도 겸 자전거도로를 만나면서 고도를 높인다. 오전 10시 26분, 자전거도로를 떠나 산으로 붙으면 쉼터가 있는 골치(재)다. 재 너머 남녘에 언뜻 물비늘이 반짝이는 바다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골치에는 지금은 경작하지 않는 계단식 폐농경지가 숲을 둘러쓰고 있다. 열 마지 규모인데 과거 해발 430m인 이곳까지 마을 사람들이 올라와 삶의 터전을 이뤘던 흔적이다.

오전 11시 10분, 쉼터 지나 일림산이 바로 보이는 산등성이 골치산, 일명 작은봉(해발 614m)에 올라선다. 철쭉이 양탄자처럼 깔린 민둥산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이른 시기,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망울을 맺어 개화를 준비하고 있다.

철쭉은 흔히 어감도 좋지 않은 ‘개꽃’이라고 부른다. 참꽃이라고 부르는 진달래와는 달리 끈적임과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철쭉 말고 개꽃 말고 고상한 말도 있다. 한자, ‘머뭇거릴 척’과 ‘촉’을 써 ‘척촉’이라고도 한다. 중국에 양척촉이란 말이 있는데 양들이 독성이 있는 이 철쭉을 먹는 바람에 비틀거렸다는 뜻에서 이름 지었다고 한다. 지리산 중산리·바래봉 일대에 철쭉이 많은 것도 과거 방목한 양떼가 독성 강한 철쭉을 먹지 않아 번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문에 도통해 삼절(三絶)로 불린 진주인 강희안은 양화소록에 일본에서 온 철쭉 2분을 가리켜 ‘꽃잎이 흩지고 크며 곱고 찬란해 비단 같고 자태는 중국미녀 서시(西施)와 같다’고 기록했다.

 
   
▲ 보성강 섬진강 발원지 선녀샘


일림산에 가려면 산등성이에서 고도를 낮추고 산죽 밭을 지난 뒤 다시 치올라야 한다. 오름길이라도 길지 않기 때문에 무리 없는 산행이 가능하다.

오전 11시 25분, 산철쭉의 바다 정상에 도착한다. 군락지가 세상에 공개된 것은 2000년 보성군이 실업대책사업의 하나로 실시한 공공근로 덕택이다. 그 동안 잡관목과 고사목 속에 묻혀 있던 군락지를 발굴해 공개한 것이다.

남녘 끝에서 한양으로 소식을 전하는 봉수대는 정상에서 한치재 방향으로 300m 가다가 득량만 방향 능선을 타면 약 2㎞지점에 있다.

앞으로 바다를 품은 고흥반도와 득량만이 보인다. 고흥반도 그 너머 나로도에 나로 우주센터가 위치한다. 뒤로는 제암산과 사자산이 조망된다. 아스라이 먼 곳임에도 우뚝하게 보이는 거대한 석산더미가 제암산, 왼쪽으로 두번째 높은 산이 사자산이다.

제암산 사자산까지 진행하는 종주산행은 하루가 걸린다. 장흥군 장동면 감나무재에서 출발해 제암산∼사자산∼일림산∼한치재로 이어지는 코스로, 호남정맥의 기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이른 점심과 휴식 후 자리를 털고 발길을 재촉해 내려서면 보성강 발원지 갈림길에 닿는다. 취재팀은 발원지 갈림길에서 한치재 방향을 포기하고 발원지로 방향을 틀었다.

오후 1시 17분, 보성강·섬진강 발원지 이름은 선녀 샘, 최근 지역민들이 표석도 세우고 꽃을 심어 샘 주변을 정비해 놓았다.

아주 먼 옛날 선녀들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을 찾아다니다 아름다운 경치와 어우러지고 맑은 물이 흐르는 이곳에 발을 담갔다는 유래가 전한다. 노총각이 공들이면 그해에 장가를 가게 된다는 새김글에 미소가 번졌다.

 
   
▲ 선녀샘에서 흘러나온 작은 폭포.


산 중턱 500m에서 시작한 이 물은 습지와 나무뿌리 돌부리를 비비고 흘러 중간 중간 나그네의 목마름을 가시게 하는 소와 담을 만든 뒤, 산을 벗어난다. 들을 풍요롭게 하는 웅치의 농업용수가 되고 광주·전남지역민들의 식수가 돼 보성강 300리 섬진강 300리 총 600리를 흘러간다.

이때부터 등산로는 습지와 숲을 관통한다. 습지는 갖가지 생물을 키워내고 일부는 물을 정수하는 역할을 한다. 숲은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고 토사유출을 막아 인간을 보호한다.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암반 위를 내달리는 계곡의 물줄기와 물보라는 마치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굽이쳐 용추(龍湫)계곡이라는 이름을 갖게 했다.

오후 2시 10분, 어느새 닿은 용추폭포 모롱이에 털썩 주저앉아 지친 발을 탁족 하면 젖은 등줄기와 이마에 흐르던 땀이 가시고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일림산 (3)
붉게 타오르는 일림산 철쭉. 주말인 7일과 8일 철쭉제가 열린다. <사진제공 보성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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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 편백나무숲속을 파고드는 아침 햇살, 숲향기가 바람에 실려 코끝을 자극한다. 준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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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의 유장한 능선 너머 우람한 제암석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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