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지역문화의 힘
[아침논단] 지역문화의 힘
  • 경남일보
  • 승인 2016.05.0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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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훈 (경상대학교 철학과 교수, 총장직무대리)
오월 들어 진주를 비롯한 서부 경남 지역에는 여러 축제가 벌어진다. 진주의 진주논개제, 진주탈춤한마당, 사천의 와룡문화제, 하동의 하동야생차문화축제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이 축제들은 우리 지역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축제여서 지역민들은 지역문화의 향기를 다시 맛볼 기회를 갖게 된다.

경남 지역에는 예부터 두 문화가 전승되고 있다. 그 중 한 축은 기층문화 혹은 민중문화이다. 진주를 비롯하여 통영, 고성, 가산, 김해 등에 전승되어 온 오광대와 남해안별신굿, 진주솟대쟁이패놀이, 밀양병신굿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른 한 축은 경남의 교방문화 혹은 양반문화인데, 의암별제, 진주검무, 교방굿거리, 한량무, 승전무 등이 대표적이다.

진주논개제에서는 교방문화예술이 핵심을 이룬다면, 같은 시기에 개최되는 진주탈춤한마당은 민중문화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경남의 두 문화가 서로를 뽐내며 경합한다. 경남의 두 문화는 경쟁할 뿐 아니라 조화를 추구한다. 이 두 문화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남문화를 형성해 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역축제들이 참여하는 축제가 아니라, 보고 감상하는 축제로 변모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지역민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지역의 문화예술을 체험하기보다는 전문연희자나 예술인들의 전통문화예술 공연을 볼거리로 관람하는 행사가 태반이다. 보는 축제는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정서적으로 느낄 수 있게는 하지만 그것이 축제가 가져야 할 본질적인 측면은 아니다. 모름지기 축제는 참여하는 이들의 공감과 공유된 염원, 나아가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특히 지역축제는 기성의 상품화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의 전통예술을 각자가 익혀서 함께 신명을 풀어내는 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축제는 지역사회의 결속을 강화하고 지역의 문화적 전통을 전승해 가는 장이 된다.

문화는 의미망이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그 의미망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법을 배운다. 바로 지역문화를 통해서다. 우리는 지역인으로 태어나 지역문화 속에서 키워진다. 지역문화는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 지향, 가치관, 미적 정서, 그리고 표현 양식 등을 담고 있다. 우리는 문화예술을 감상함으로써 그것을 체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예술을 직접 몸으로 경험함으로써 체득된다. 우리 지역의 덧뵈기춤 한 자락, 교방굿거리춤 한 사위라도 추어 본 사람이라야 경남 문화예술의 맛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덧뵈기춤을 몸에 익힌 사람이 외국에 나간들 그 춤의 동작과 흥을 잊을 리 있겠는가? 우리 고향, 경남을 잊을 수 있겠는가?

지역이 있기에 지역문화가 있는 것이 아니다. 경남의 문화는 경남이라는 지역에 보태어지는 어떤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경남의 문화가 있음으로써 경남이라는 지역과 지역인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문화는 바로 지역인들의 정체성이다. 여기에 지역문화의 힘이 있다. 우리 모두 5월에 벌어지는 축제에 몸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역문화의 힘을 느껴 보았으면 싶다.

 
정병훈 (경상대학교 철학과 교수, 총장직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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