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곰국 끓이던 날(손세실리아)
노모의 칠순잔치 부조 고맙다며
후배가 사골 세트를 사왔다
도막난 뼈에서 기름 발라내고
하루 반나절을 내리 고았으나
틉틉한 국물이 우러나지 않아
단골 정육점에 물어보니
물어보나마나 암소란다
새끼 몇 배 낳아 젖 빨리다보니
몸피는 밭아 야위고 육질은 질겨져
고기 값이 황소 절반밖에 안되고
뼈도 구멍이 숭숭 뚫려 우러날 게 없단다
그랬구나
평생 장승처럼 눕지도 않고 피붙이 지켜온 어머니
저렇듯 온전했던 한 생을
나 식빵 속처럼 파먹고 살아온 거였구나
그 불면의 충혈된 동공까지도 나 쪼아먹고 살았구나
뼛속까지 갉아먹고도 모자라
한 방울 수액까지 짜내 목축이며 살아왔구나
희멀건 국물,
엄마의 뿌연 눈물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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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거죽을 건드려서 파도를 만들었다. 파도가 또 파도를 만든다. 다만 바다는 사유를 묻지 않았다/ 쇠잔한 강바닥을 새들이 부리로 쪼고 있다. 나도 한 때는 어느 가슴을 파먹은 적이 있다. 오월은 모두의 가슴팍에 상처를 확인하는 달이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
후배가 사골 세트를 사왔다
도막난 뼈에서 기름 발라내고
하루 반나절을 내리 고았으나
틉틉한 국물이 우러나지 않아
단골 정육점에 물어보니
물어보나마나 암소란다
새끼 몇 배 낳아 젖 빨리다보니
몸피는 밭아 야위고 육질은 질겨져
고기 값이 황소 절반밖에 안되고
뼈도 구멍이 숭숭 뚫려 우러날 게 없단다
평생 장승처럼 눕지도 않고 피붙이 지켜온 어머니
저렇듯 온전했던 한 생을
나 식빵 속처럼 파먹고 살아온 거였구나
그 불면의 충혈된 동공까지도 나 쪼아먹고 살았구나
뼛속까지 갉아먹고도 모자라
한 방울 수액까지 짜내 목축이며 살아왔구나
희멀건 국물,
엄마의 뿌연 눈물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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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거죽을 건드려서 파도를 만들었다. 파도가 또 파도를 만든다. 다만 바다는 사유를 묻지 않았다/ 쇠잔한 강바닥을 새들이 부리로 쪼고 있다. 나도 한 때는 어느 가슴을 파먹은 적이 있다. 오월은 모두의 가슴팍에 상처를 확인하는 달이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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