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복과 홍순칠
안용복과 홍순칠
  • 경남일보
  • 승인 2016.05.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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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독도는 오랫동안 외롭게 살았다. 조선조 태종 이래로 울릉도와 독도를 비워 두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왜구의 약탈행위에 우리 백성이 시달리는 것을 본 조정에서는 그들을 모두 본토로 불러 드리고 섬을 비웠다. 그러나 생업 현장을 놓질 수 없어 섬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임진왜란 때에 왜구들에 의해 모조리 살육 당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어민들은 육지에 살면서 물때 따라 울릉과 독도근방에 나가 고기잡이 하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살아야 했다. 그런 어부 중에 안용복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일본 어부들에 이끌려 강제로 일본에 끌려가기도 하고, 자진해서 일본으로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땅임을 역설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언제 태어나서 언제 죽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의 영웅적인 활약상만 일본이나 한국문헌에 남아 있을 뿐이라고 한다(김학준).

얼마나 당당하고 용감하게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땅임을 주장했으면 일본 도쿠가와 막부의 관백마저 그래 “네말이 맞다”고 하면서 “울릉도는 일본 땅이 아니다(鬱陵島非日本界)”라는 글을 써서 안용복에게 주었을까! 돌아오는 길에 대마도주가 이 증서를 빼앗고 야료(惹鬧)를 부리기 시작했지만 독도나 울릉도가 일본 땅이 아니라고 확정된 것은 바로 이때 즉 조선조 숙종 19년 1693년부터라고 할 것이다.

현재 울릉도 도동 약수터에 안용복을 기리는 충혼비가 하나 외롭게 서 있지만 이도 경남 안씨 문중에서 세운 것이다. ‘경남 안씨 문중’이 무슨 말일까? 안씨에도 본관이 여럿 있겠지만 사노(私奴)출신인 안영복에게는 본관이 없다. 안씨 문중에서는 그에게 장군 칭호를 붙여 1964년에 ‘안용복 장군 충혼비’를 노상 이은상 글씨로 세운 것이다. 1966년에는 또 그의 고향인 부산 수영공원에 그를 기리는 충혼탑을 세웠다. 이때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그에게 ‘장군’ 칭호를 내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홍순칠은 누구인가? 이 또한 독도지킴이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다.

1953년 한국은 6.25전란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을 때 이 틈을 타서 일본은 비열하게도 독도에 눈독을 드리고 수도 없는 경비정으로 침탈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때 독도지킴이 홍순칠이 동료 7명과 함께 ‘독도의용수비대’를 조직하고 모두 맹장을 잘라 냈다. 무인도에서 견뎌내기 위해서였다.

채병덕 장군의 호위병으로 있다가 특무상사로 제대한 홍순칠은 의용수비대 대원 30여명을 확보하고 이들을 데리고 1953년 4월 20일 독도에 상륙하여 우선 국기게양대를 설치하고 그 이튿날에는 태극기 게양식을 가졌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할애 하면서 식수원을 찾았다. 겨우 바위구멍 속에서 한 바가지도 안 되는 식수를 찾을 수 있었다(양태진).

매복하고 있던 이들은 5월 28일부터 쳐들어오는 일본 경비정을 수십 차례나 격퇴하였다.

이런 혁혁한 전과를 올린 의용수비대는 1956년 말 정부의 ‘독도경비대’의 창설과 함께 자신들의 임무를 인계시키고 해산되었다(신용하). 이 얼마나 장한 영웅들인가? 몇 년전에야 비로소 이들을 국립묘지에 안장하였다니 천만다행이다. 영웅을 영웅으로 대접할 줄 아는 나라가 되어야 비로소 새로운 영웅이 탄생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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