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비빔밥과 자작김치'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비빔밥과 자작김치'
  •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 승인 2016.05.15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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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돋워주는 상큼한 잎채소의 초록식탁
현숙씨가 국물이 자작한 물김치를 만들기 위해 약을 치지 않은 텃밭에서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갓지은 밥에 대여섯가지 익힌 나물을 얹어 고추장 한숟갈과 참기름을 톡 떨어트리면 한국을 대표하는 한끼 식사가 마련된다. 화려한 전주비빔밥이나 소박하지만 진한 맛의 진주비빔밥은 아니어도 누구라도 양푼에 슥슥 비비며 먹으면 그걸로 모두가 만족하는 비빔밥이 된다. 

음식문화를 다루는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비빔밥을 '한국인의 소울푸드'라 칭했다. 학창시절 양철 도시락에 밥과 반찬을 한데 넣고 흔들어 만들어낸 비빔밥은 온갖 반찬이 섞여 무슨 맛이 있었으랴 싶은데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일품요리로 다시 또 등장하곤 한다. 굳이 말하자면 추억이라는 조미료가 침샘을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 그뿐인가. '000인분 비빔밥'은 우리나라 축제 개막식의 대표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내외 귀빈들이 길다란 밥주먹을 들고 나와 어마어마한 밥통에 수놓인 밥과 나물을 한데 비며 참가자들이 한그릇씩 나눠먹는다. 따로따로인 나물과 밥을 한데 섞어 화합과 조화를 상징한다는 그럴듯한 말을 갖다 붙인 건 근래 들어서의 일이다. 제사상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나물이라 명절이 지나면 2~3일은 비빔밥 메뉴가 식탁을 차지하는 통에 "또 비빔밥이냐"고 투정도 부렸을것이다. 언젠가부터 등장한 새싹 비빔밥은 익힌 나물과 달리 신선한 생채소로 재료의 영양소와 아삭한 식감으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어쨌거나 비빔밥은 과연 한국인의 소울푸드라 할만하다. 
하루 세끼는 못먹어도 일년 365일 끼니마다 차려내야 할 메뉴고민을 덜어주는 것도 각양각색의 비빔밥이다. 무엇이든 섞어서 고추장 한숟갈, 참기름 한방울이면 행복한 한끼가 해결된다. 

현원당 텃밭에는 새싹들이 햇살을 다투듯 자라 먹음직한 잎채소가 한가득이다. 현숙씨가 싱싱한 새순을 한웅큼씩 뜯어 아삭한 비빔밥을 준비했다. 사실 오늘의 메인메뉴는 텃밭 열무로 담근 자작한 물김치다. 약 치지 않은 텃밭에 열무는 벌레먹은 자리가 눈에 띈다.  모양이 번듯하지 않아도 건강한 맛은 보장한다. 열무 옆에 나란히 얼갈이 배추, 로메인상추, 치커리가 보드라운 새순을 키워놓았다. 종류별로 한웅큼씩만 뜯어내도 물김치와 어울리는 비빔밥 재료가 금방 마련된다.

물김치에 들어갈 부추를 뜯으러 간 류 선생님이 어느새 돌나물을 한주먹 뜯어왔다. 조수노릇 힘들다는 말과 달리 부부가 궁합이 척척 맞는다. 사과를 갈아넣은 고추장 양념을 마련하고 밭에서 따온 채소들을 다듬어 올리면 식사준비 완료. 매콤한 비빔밥에는 시원한 물김치가 제격이다. 비빔밥용으로 만든 고추장 양념은 레몬즙과 식초를 더해 비빔국수용으로도 쓸 수 있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한 여름 기운차려줄 매콤달콤새콤한 맛을 보장해준다.
 
자작김치에 들어갈 부추를 장만하고 있는 부군 류행수씨. 테이블만한 부추밭에는 한낮 햇볕에 시들해진 부추가 무더기씩 자라있다. 잘라낸 부추를 찬물에 씻어내면 싱싱한 푸른빛으로 살아난다. 부추는 밑둥을 바짝 잘라주면 새순이 계속 자라나 3계절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소채자작김치>
신선한 채소에 자작한 국물을 더해 담근 물김치

5월의 열무는 연두색이다. 여기에 같은 연두색의 얼갈이배추를 더한다. 초록빛이 생생한 부추가 채도를 높인다. 보리풀로 질감을 더한 물김치에 어슷하게 썰어 넣은 청량고추는 매운맛을, 빨간고추는 눈요기까지 더해준다. 
각종 채소에 곡물로 쑨 풀을 넣어서 한 통에 넣어두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은근히 맛내기 어려운 것이 물김치다. 현숙씨의 레시피를 살짝 엿보자. 하지만 단맛 짠맛의 간은 취향에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재료는 열무 1단, 얼갈이배추 1단, 부추 반단이다.
밭에서 바로 뽑아온 채소들을 다듬어 씻어놓았다가 소금물에 한번 담궜다가 뺀다. 아삭한 맛으로 즐길 물김치는 오래 소금을 절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보리 3컵에 물을 자작하게 넣고 삶은 보리풀 7컵을 사과 2개, 배 반개, 양파 2개를 넣고 믹서기에 간다. 물김치에 들어갈 국물이다. 물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조선간장과 액젓을 1:1로 섞어 큰 스푼으로 3스푼 가량 넣어 간을 맞춘다.

양파 1개, 생강 2쪽, 마늘 한줌(20개쯤)을 슬라이스 해서 국물에 넣고 새우젓을 크게 2스푼 가량 섞는다. 새콤달콤한 맛을 더하기 위해 오렌지 3개와 레몬 2개즙을 짜서 건더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체에 걸러 넣고 잘 섞어준다.

여기에 청량고추 10개, 빨간고추 15개 정도 어슷썰기해서 넣어 매운맛을 낸다. 매운맛은 기호에 따라 양을 조절한다. 국물이 준비되면 열무와 얼갈이배추, 부추는 크게 썰어서 큰 볼에 재료를 모두 넣고 대파를 5뿌리 쯤 어슷썰어서 보태고 잘 비벼 통에 담는다. 담근 물김치는 갓 먹어도 맛있지만 익혀서 먹으면 톡 쏘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사과를 갈아넣은 고추장을 얹은 생채소 비빔밥.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잎채소의 아삭한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양념고추장과 생채 비빔밥>

새콤달콤매콤한 양념고추장으로 올 여름 비벼보자

누구나 쉽게 해먹는 메뉴가 비빔밥이다. 나물이나 생채에 고추장을 넣고 비비면 된다. 현숙씨가 직접 담근 보리고추장으로 쉽게 만들어둘 수 있는 양념 레시피를 살짝 알려준다. 밥 비벼 먹을 때도 좋지만 상큼한 무침이나 비빔국수 양념으로도 제격이다. 

검붉은 색인 보리고추장을 큰 숟갈로 6숟갈 떠넣고 사과하나를 강판에 갈아넣는다. 현숙씨표 육수 반컵을 첨가한다. 참기름은 한스푼 정도. 죽염을 차숟가락 1개 정도 넣는다. 

설탕은 기호에 맞게 넣어 잘 섞은 다음 2시간 정도 숙성 시키면 맛이 더욱 좋아진다. 비빔용 고추장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쓰면 된다. 여기에 레몬즙과 식초를 더해 새콤한 맛을 추가하면 맛있는 비빔국수 양념으로 만들 수 있다. 

생채로 즐길만한 봄 새싹은 텃밭에 지천으로 돋아나있다. 갓 지은 밥 위에 돌나물, 치커리, 로메인, 얼갈이배추, 취나물 등 신선한 잎채소로 초록잔치를 펼쳐놓고 고추장 양념을 듬뿍 올린다. 참기름 한 숟갈을 보태면 고소함이 코 끝을 자극한다. 사과즙이 들어간 고추장은 뻑뻑하지 않아 비비기도 쉽고 매운 맛도 덜하다. 잣과 깨소금을 곁들여 보기좋은 한 그릇을 차려낸다.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열무와 얼갈이 배추 등 준비한 재료들을 보리풀 양념에 무쳐낸 자작김치. 갓 무쳐낸 김치는 국물이 바닥에 자작하지만 익어가면서 채소에서 물이 나와 톡쏘는 시원한 국물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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