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자본주의 시대의 도시 경관
[객원칼럼] 자본주의 시대의 도시 경관
  • 경남일보
  • 승인 2016.05.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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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유럽은 아메리카 대륙에 비해 우리나라처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인구밀도가 비교적 높은 도시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유럽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잘 보존되고 정돈된 도시 풍광이다. 많은 국민들이 유럽의 도시를 방문하게 되면서 우리 도시도 좋은 경관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론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이에 경관법이 여러 차례에 걸쳐 강화됐고, 최근에 각 지자체들이 조례를 제정하는 등의 경관 조성에 대한 의지를 더욱더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경관 보존과 조성을 위한 방안으로 가장 쉽게 생각는 것이 건축물의 높이, 형태, 재료, 색채 등에 대한 단순 규제를 생각한다. 이를 통해 유럽의 도시처럼 통일감, 조화, 일체감을 가지게 하고 도시의 독특성과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시대정신과 현상을 간과한 안이한 대처라고 말할 수 있다.

유럽의 고풍스러운 도시들이 형성된 것은 역사, 정치, 문화적 배경과 이유가 있다. 중세의 경우 하나님의 이름으로 교회가 최고의 권력과 통치권을 행사했다. 이에 도시 중심에는 어김없이 엄청난 규모 및 높이를 가진 고딕교회가 들어서서 도시경관을 주도했고, 그 외의 건축물은 잘 통제돼 교회의 시녀가 되어야만 했다. 이러한 시대를 역사가들은 ‘중세 암흑기’라고 부른다.

17세기에는 강력한 기하학적인 형태를 강조하는 바로크 스타일의 도시경관이 유럽 전역에 유행했다. 이는 당시의 시대상황인 왕 중심의 중앙집권적 절대 권력에 근거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인 베르사유에서 보는 것처럼 도시의 정점에는 왕궁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도로, 부지, 공공용지, 건축물 등이 획일적으로 질서정연하게 늘어 서 있다. 오늘날의 파리 경관의 근간을 만든 오스만의 도시계획의 목적은 시각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노동자 및 이민자의 폭동 방지, 군사작전의 용이함, 위생의 해결 등이었다.

산업혁명을 지나 자본주의 시대가 옴에 따라 도시 풍광도 변모하게 됐다. 특히 과거 왕정 및 봉건시대에 비해 도시기능이 매우 복잡·다양해짐에 따라 복합성과 융합성을 띠게 됐다. 또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개인의 재산과 권한이 매우 존중받게 됐다. 이에 과거처럼 건축물이나 시설물의 높이, 형태, 색채, 재료 등에 대한 일괄적이고 절대적인 규제나 통제는 역사지구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지 않게 됐다.

진주시는 최근 천년 역사에 유례가 없는 역동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혁신도시, 산업단지, 신도시 등이 빠른 속도로 건설되고 있어 그 무엇보다도 시대 차이는 물론이고 구도심과 이들 지역 간에 발생하는 다양성과 차별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융합성을 드러내는 세심하고도 미래지향적인 경관조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파리의 대표적인 업무 및 주거 복합지구인 ‘라 데팡스’ 지구는 기존 구도심과의 역사적 맥락을 강조하면서도 초현대적 개성과 특징을 실현한 대표적인 경우이다. 진주의 향후 또 천년의 초석이 되는 전무후무한 경관 창출을 위해서는 관계전문가, 행정, 시민 등의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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