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의 미학
버림의 미학
  • 경남일보
  • 승인 2016.05.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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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규 (경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유승규
직장 동료 중에서 책상, 컴퓨터, 문서보관함 등을 깔끔하게 정리정돈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과거지향적이다. 손때가 묻고 익숙해서 그것을 버리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감이 지나쳐 저장 강박장애를 겪는다. 그래서 가급적 버리지 않고 컴퓨터 바탕화면, 문서보관함 등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이런 업무스타일은 변화와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전년도 사업을 금년에도 실시한다면, ‘계획-실행-평가’ 단계에 나타난 문제점을 환류하기보다 전년도 계획에 숫자만 바꿔 실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리정돈하지 않는 업무스타일은 옛날 것을 답습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업무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버리지 않으면, 과거를 답습할 수밖에 없어 창의성과 효율성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교육자라면 교육 본질 및 철학에 맞지 않은 것은 과감히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달콤한 유혹의 관성이 우리 주위를 늘 빙빙 돌면서 과거에 해보니 별 문제도 없고 이미 검증됐으니, 이보다 더 편한 것은 없다는 생각에 또다시 옛날로 돌아간다. 뉴턴의 제2법칙인 힘·가속도법칙(F=ma)을 적용해 보면 과거의 것을 답습하고 싶은 달콤한 유혹이라는 질량(m)을 능가할 수 있는 강력한 힘, 즉 정체성에 맞지 않은 업무를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신념(f)이 가해질 때 비로소 가속도(a)가 붙을 수 있다. 저장 강박장애에서 벗어나 큰 원칙을 정해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강력한 힘(f)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 크게 먹고 컴퓨터, 문서보관함,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종전처럼 어지럽게 널브러진다. 군살을 빼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지만, 조그마한 방심에 본래대로 돌아가는 요요현상과 똑같다. 관성의 법칙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달콤한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발휘해 가속도를 붙이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피로감이 쌓일 때, 과거 업무스타일로 돌아가고 싶은 갈등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는 자신감과 정체성으로 극복해야 한다. 업무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정리할 것이 많다. 휴대폰 연락처를 들여다보면 이름이 가물가물하거나 최근 몇 년간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손쉬운 휴대폰 연락처부터 정리해보자. 그러면 업무스타일도 바뀔 것이다.
유승규 (경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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