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산업수학이 주는 희망 메세지
[경일시론] 산업수학이 주는 희망 메세지
  • 경남일보
  • 승인 2016.05.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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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 (객원논설위원·인제대 응용수학과 교수)
바닷속을 헤엄치고, 하늘을 날고, 멀리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수학과 수학정신에 의해 현실화됐다. 수학은 과학기술과 혁신의 원천이며 인류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 이러한 수학을 누구보다 중시했던 철학자는 바로 플라톤(B.C. 427∼348)이었다. 그는 세계 최초의 대학인 ‘아카데미’를 세워 학교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학생은 아카데미에 들어올 수 없다’는 글을 내걸었다.

아카데미는 세계의 본질인 ‘이데아’를 찾는 공부로 철학과 수학을 중요시했고, 철학 이전에 수학을 공부한 이유는 엄밀한 증명작업이 세상을 감각적으로만 보려고 하는 우리의 영혼을 정화하고, 정화된 영혼은 세계의 본질을 찾아내는 힘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에게 수학은 철학적 진리 탐구를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초적 소양이며 세계와 인생의 의미를 깨우치기 위해 필요한 치밀한 사고력을 습득하기 위한 학문이었다.

그런데도 요즈음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와 완전히 포기한 ‘완포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수학은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고용을 창출하는 성장엔진이라는 인식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이러한 때에 지난 4월 27일 국가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수학이론과 분석방법을 활용해 AI(인공지능)뿐만 아니라 ICT, 금융, 바이오, 제조, 에너지, 전기전자, 빅데이터, 암호, 사물인터넷, 영상처리, 의료, 항공, 선박, 자동차, 무기, 반도체 공정 등 산업 전 분야에서 산업체가 맞닥뜨린 난제와 세금, 복지, 재난, 교통, 전염병 모델링, 범죄예방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수학(Industrial Mathematics)’ 육성방안을 발표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따라서 산업계와 수학계의 간극을 줄이는 ‘산업수학 활성화’에 산·학·관·연은 적극적 관심을 갖고 대책을 공동으로 마련해야 하며 이에 필자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수학을 가르치는 내용 및 방법에서 학교교육이 변해야 한다. 이해하기 어렵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고, 살아가는데 몰라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수학을 멀리하는 문화를 바꾸자. 더 늦기 전에 수학을 실증적 창의성과 경험기반 창의성, 현장에 맞는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학문으로 변화하고 입시위주, 이론중심 교육에서 빨리 벗어나게 해야 한다. 이런 변화가 실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창의성과 실용수학의 특화된 학교 설립은 우리 교육에 또 하나의 미래지향적 희망일 수 있다.

둘째, 전국 17개 각 시·도에 산업수학센터를 설립하자.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우리 조선업계가 최근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수학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정확한 예측은 해양플랜트 경제성뿐만이 아니라 산업계가 맞닥뜨린 다양한 난제들을 수학이 해결할 수 있으며, 지금 또 다른 혁신이 일어나야 할 때다.

OECD는 2008년 이미 ‘산업혁신은 수학 기반의 과학연구에 기초해 이뤄진다’는 보고서를 냈고, 미국은 20세기 내내 수리과학의 선도국가로 위치하고 있으며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및 캐나다는 산업계와 학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산-학-연 공동의 세미나 및 연구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해 줄 17개 산업수학센터 설립과 국가의 다각적 지원은 우리나라 산업시장에 새로운 희망의 등불을 켤 것이다.
 
김향숙 (객원논설위원·인제대 응용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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