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82)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82)
  • 경남일보
  • 승인 2016.05.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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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경남문단에 최근 발표된 소설과 수필들(14)
거제도 작가 23인이 풀어내는 거제도 스토리텔링 ‘거제도 섬길 따라 이야기’가 나왔다. 거제스토리텔링작가협회(회장 서한숙)는 거제 토박이 및 20년 이상 거제지역을 기반으로 한 시인, 소설가, 아동문학가, 수필가, 신문기자, 향토연구가 등 30여명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거제지역의 살아 있는 문화, 역사. 인물 들을 창의적으로 스토리텔링하고 관광 홍보 및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동안 1집 ‘길, 거제도로 가다’, 2집 ‘섬길 따라 피어나는 이야기꽃’에 이어 이번에 그 3집으로 ‘거제도 섬길 따라 이야기’를 내었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섬& 섬길 이야기>, 2부는 <거제 마을 이야기>, 3부는 <거제 음식 이야기>, 4부는 <거제 나무 이야기>, 5부는 <거제 사람 이야기>를 각각 들려 준다. 1부에 실린 글은 고려촌 체험길, 왕도의 길, 가조도 언덕,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 지심도, 칠천도, 칠천량 해전길, 구조라 등 14편이다.

이 중에서 우선 눈에 띄는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김정순)을 읽기로 한다. 이 길은 옥포항을 들머리로 하여 해양 산책길, 철계단 숲길, 팔랑포 마을, 옥포대첩기념공원, 덕포해수욕장, 김영삼대통령 생가로 가는 자동차길 구간을 갖는 코스다. 이 길을 선택한 화자는 영화 <명량해전>을 본 뒤에 아직 그 감동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걷는 것임을 밝힌다. “신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이순신의 말이 걷기의 화두로 시작되는 이 글은 지금 조선업의 불황으로 국민들이 잔뜩 걱정에 빠져 있는 점을 환기시켜 준다. 거제 조선업이 어찌 거제 사람들만의 것일까, 정부도 정치권도 경제계도 하나 같은 마음으로 이 난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 하고 있는 국면이므로 이순신의 절체절명의 이 화두가 필자에게 전율로 다가왔다.

“옥포항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첫 해전이자 승전고를 울렸던 현장이다. 첫 승전으로 인해 이후의 전세를 유리하게 반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하니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곳이다. 당시 해전이 벌어졌던 옥포항에는 대우조선의 해상크레인과 대형선박들로 가득하다. 역사는 기록으로 살아 있고 우리는 그 역사 위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이다. 이정표를 따라 내딛는 걸음마다 바다가 따라온다. 조곤조곤 말을 걸기도 하고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짭쪼롬한 갯내로 보폭을 맞추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하나의 소리가 되고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은 하나 둘 사라진다.”

화자는 이 가파른 현실에 대해 굳이 더 직설로 말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소리는 하나의 소리가 된다는 데다 초점을 잡고 있다. 바다가 따라오며 말을 거는 것에는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는 화두가 스며들어가 있을 것이다. 옥포기념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어쩌면 눈물 겨운 것이기도 한다. “IMF때에도 불황이 비켜갔던 곳임을 떠올리며” 소음은 오히려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콧노래 같은 것이 된다는 점을 숲길에서의 사색으로 얻어낸 희망의 메시지였을 터이다.

마무리에서 화자는 이순신을 사색의 기반으로 하면서 이 순신 곁에 이순신을 도왔던 알려지지 않은 명장들을 생각해 낸다. 이 시대, 이 파고를 헤쳐나가는 힘을 알려지지 않은 명장들, 곧 산업전사 전체, 또는 이를 걱정하고 처방하는 국가 시스템의 살아 있는 기능에서 찾을 수 있음을 암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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