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무성한 5월, 차 한잔 나눕시다
초록 무성한 5월, 차 한잔 나눕시다
  • 김지원
  • 승인 2016.05.19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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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진주차문화축제 21~22일 학술·체험 등 다채
진주성 내에 설치된 부스에서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차(茶)문화 운동의 발상지 진주에서 첫번째 차문화축제가 열린다. 진주지역 19개 차회의 연합단체인 진주연합차인회가 주최하는 ‘진주차문화축제’는 21일과 22일 이틀간 진주성 일원에서 개최된다. 올해 첫 축제를 열게 된 것은 차문화운동 발상 50주년과 차의 날 제정 3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첫날 진주성 계사순의재단과 의기사에서 동시에 열리는 헌차와 헌향을 시작으로 차문화 학술대회와 한·중·일 3국의 차인들이 참석하는 차의 행법 시연, 차의 인문학선언과 출판기념회 등 차문화의 실제와 학술적 접근이 마련된다. 또 차문화와 관련된 책과 도구 등을 소개하는 전시회, 학생백일장, 사진촬영대회 등이 이어지고 19개 차회에서 준비한 차나눔 행사를 통해 시민 누구나 차 한잔의 여유를 나눌 수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21일 개회식에 앞서 시작되는 한중일 차인들의 헌차와 헌향행사다. 심재원 기획위원장은 “헌차, 헌향행사가 가장 핵심인 행사라 할 수 있는데 조선과 명, 왜나라가 참전한 임진왜란 당시 가장 피해가 극심했던 지역인 진주성에서 한·중·일 차인들이 모여 역사적인 구원을 극복해보고 미래의 동북아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이번 헌차, 헌향 행사에는 3국의 차인들이 자신들만의 의복과 행법을 갖춰 극진한 방법으로 헌차를 올리며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미래 평화를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진주연합차인회는 개회식을 통해 차문화운동 50주년을 기념해 작고한 차인과 원로 차인들에게 공로패와 감사패 수여하는 행사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지역의 차인 뿐 아니라 전국의 차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축제는 한국차인연합회 이사장 박동선씨를 비롯한 우리나라 차문화를 대표하는 인사들도 참석한다.

개회식에서는 ‘차의 인문학 진주선언’과 ‘차인의 노래’ 발표가 열린다. 진주연합차인회 회장인 정헌식 대회장이 ‘차의 인문학 진주선언’을 통해 진주의 차문화를 재조명해 보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번 축제를 통해 처음 소개되는 차인의 노래는 심재원 기획위원장의 노랫말에 정태봉 자문위원이 곡을 붙여 진주 아버지합창단을 통해 발표된다.

▲ 제1회 진주차문화축제 기획위원장 심재원


21일 첫날 오후에는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진주차풍과 한국차문화운동의 전개’, ‘한국 차 공간과 지향’, ‘차와 인문학’ 등의 학술발표가 열리고 진주성 일원에서 차문화와 관련된 전시행사, 차나눔 체험부스 등이 펼쳐진다. 동시에 촉석루에서는 한·중·일 3국의 차의 행법발표가 이어져 각국의 독특한 차문화를 감상할 수 있다. 진주성 내 특설무대에서 차예절 공연이 펼쳐지고 경절사와 청계서원에서도 전시회와 일본 차인들의 체험행사가 열린다.

22일 일요일에는 중등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백일장과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참가하는 차예절경연대회가 펼쳐지며 행사기간 이틀동안 사진촬영대회가 진행된다.

심재원 기획위원장은 “축제기간 이틀동안 비봉루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해 차마시기 좋은 진주의 명소를 소개하는 기획도 들어 있어 차문화축제를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차문화를 감상하고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차문화역사관인 백로원이 이번 축제에 맞춰 21일 개관 예정으로 이곳에서 효당스님의 차정신을 담은 ‘한국차생활사’ 등 한국차문화운동의 역사와 진주차풍에 관한 역사적 자료를 감상할 수 있다.

김지원 미디어기자 goodnews@gnnews.co.kr
 

▲ 한국차문화역사관 백로원 내부.
 
▲ 제1회 진주차문화축제 대회장 정헌식


"차는 간맞음의 철학"…차의 인문정신 찾아야
정헌식 진주차문화축제대회장


“실화상봉수라고 들어봤어요?”

한국차문화역사관 백로원에서 만난 정헌식 진주차문화축제대회장의 물음이다. 녹차나무는 지난해 열린 열매가 다음해 가을 꽃을 만난 후에야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 꽃과 열매가 만난다고 해서 ‘실화상봉수’라고 했다. 차문화운동 발상 50주년과 차의 날 선포 35주년을 맞아 열리는 진주차문화축제는 50년을 쌓아온 차문화운동이 축제라는 꽃과 만나 새로운 차의 인문학적 씨앗을 퍼트리려 하고 있다.

정 대회장은 “첫번째 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진주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동도 있고, 보성도 있는데”라며 진주가 차문화의 향유지로서 가지는 의미를 지적했다. “현대의 차문화는 그 시작이 진주다”라며 차문화 발상지로의 진주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가졌다.

올해는 1966년 다솔사 효당스님의 차정신으로부터 시작한 차문화운동 50주년, 1981년 아인 박종한 선생 등의 주도로 촉석루에서 ‘차의 날’을 선포하고 대렴공이 차를 처음 심은 하동 화개에 대렴공 추원비를 건립한지로부터 35년이 되는 해다.

차와 인연을 맺은지 40년이라는 정 대회장은 “산사에 머물던 차문화를 일상으로 끌어들이는데 효당스님과 아인 선생의 역할이 컸다”며 일부계층에서만 누리던 차문화가 모든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되어가는 과정이 민권의 역사와 같다는 주장을 펼쳤다. “옛날에는 차를 함부로 못 마셨다는 거죠. 귀한 것이고 누릴 수 없었던 문화였지만 지금은 누구나 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권력자 귀족들의 왕권국가였지만 지금은 누구나 투표를 할 수 있고 그런 것이죠.”

정 대회장은 “차는 간맞음의 철학”이라며 어렵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즐기며 그 속에서 인간 내면, 정신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차의 인문정신을 강조했다. “이번 축제를 통해 차의 인문학 진주선언을 발표한다”는 정 대회장은 “인간과 예술, 자연의 조화와 이해를 통해 차의 인문학적 접근을 펼치고 차문화가 한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효당스님 차정신을 담은 책자.



우리나라 차문화의 발상지 '진주'

우리나라 차문화의 발상지가 진주라는 사실에 대해 지역민들은 다소 생소할 것이다. 이번 진주차문화 축제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정헌식 대회장과 심재원 기획위원장은 그래서 더 자부심이 크다. 차문화발상지 진주가 곧 진주의 위상이기 때문이다. 정헌식 대회장은 “여타 문화와 달리 차문화는 진주에서 서울로 올라가 전국으로 퍼졌다”고 주장했다.

1966년 효당 스님이 구술한 차정신을 ‘한국차생활사’로 발간 배포하면서 산사의 차문화가 일상생활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런 토대 속에서 전국 최초의 차회인 ‘진주차례회’가 탄생됐다. 교육자였던 아인 박종한 선생의 가세로 진주의 차문화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진주에서 일어난 차문화운동은 1979년 한국차인연합회 창립의 바탕이 됐다. 1980년에는 해남차인회와 함께 조선후기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분으로 알려져 있는 초의선사의 일지암 재건을 이루기도 했다.

진주차인회는 1971년 5월25일 ‘차의 날’ 제정을 선포하고, 신라 대렴공이 우리나라에 처음 차를 심었던 하동 화개에 대렴공 추원비를 건립하는 등 차문화 운동의 확산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들로 꾸민 진주차문화역사관이 이번 축제와 함께 개관돼 차문화 흐름 길잡이가 되어줄 전망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차회, 혼자 마시는 차 행법을 독수선차라 한다.


▲ 한국차문화역사관 백로원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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