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폴리페서의 단상
[아침논단] 폴리페서의 단상
  • 경남일보
  • 승인 2016.05.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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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지난 4월에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폴리페서 논란이 불거졌었다. 폴리페서(polifessor)란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로서 대학을 넘어 현실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대학교수를 말한다. 폴리페서라는 말은 미국에는 없는 한국식 영어로서 2004년 제17대 총선에 처음 나와 교수들의 무분별한 정치참여를 비판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교수에게 주어진 역할은 대학에서의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에 대한 봉사이다. 자신들의 전공분야에서 성취한 이론들을 현실정치에 접목시키고 합리적인 법과 정책을 구현할 수 있다면 교수들의 정치참여나 대외적인 활동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교수를 비롯한 전문지식인들이 정치·경제·사회문제에 대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정책과 사회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국·공립대학의 교수는 물론 사립대 교수들의 정당가입과 정치활동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대학교수가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교육감, 장관, 시·도의회 의원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고, 심지어 사기업의 사외이사도 역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수들이 본연의 업무보다 정치활동이나 대외활동에 더 치중하게 되면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고 학사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폴리페서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이다.

선거철마다 나타나는 폴리페서 논란 때문에 지난 2013년 말 국회의원의 교수겸직을 금지하는 이른바 ‘폴리페서 금지법’이 통과되었고, 이로 인해 20대 국회부터는 교수출신 국회의원은 대학에 휴직이 아닌 사직을 해야 한다. 2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6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현재 강의를 맡고 있는 교수들은 5월 말까지 교수직을 사직해야 하고, 6월 중순까지 예정되어 있는 강의는 중단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학기 중의 선거운동과 당선 후의 담당교수 교체 또는 연속되는 보강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폴리페서금지법’으로 인해 앞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교수들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선거에 출마하는 교수들이 있는 한 학생들의 학습권침해는 막을 수가 없다. 선거에 출마하여 정책연구와 선거운동에 매진하게 되면 교수로서의 업무는 소홀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국회의원직과 교수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폴리페서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이것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고, 출마 후 낙선하게 되면 교수의 신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교수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수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과 양식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는 ‘폴리페서 금지법’이 교수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경우에만 사직하도록 하고 있는 것을 대학교수직을 사직해야만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것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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