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세종대왕의 창조적 리더쉽이 절실한 시대
[경일시론] 세종대왕의 창조적 리더쉽이 절실한 시대
  • 경남일보
  • 승인 2016.05.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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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수)
왜 세종시대에는 유독 창의적인 인재가 많았을까. 과학으로는 이천과 장영실, 학문으로는 성삼문 등 집현전 학자들, 음악에는 박연, 관료로는 황희, 그리고 국방으로는 대마도와 여진족 정벌에 성공한 최윤덕과 6진을 개척한 김종서. 하늘은 이 시대에만 창의적인 인재를 많이 내려주신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리더의 창조적 습관에서 온 것이다. 리더가 나서서 창조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주위를 창의적이 되도록 하는 리더의 사고 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세종의 창조적 습관이 당시의 사람들을 창의적으로 변모시켰다는 것이다.

왜 세종은 그토록 창의적인 리더가 되었는가. ‘문제’를 보는 눈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왜 세종이 아닌 다른 왕들은 한글을 못 만들었을까. 세종시대 이전의 어느 왕도 우리말이 한자와 맞지 않는다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종의 하루 일과는 특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전 5시에 기상한 후 9시에서 11시까지 한 일이 있었다. 바로 윤대(輪對)이다. 누군가와 돌아가면서 독대를 하는 것이다. 정승들뿐만 아니라 하위직 관리들과도 독대를 했다고 한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경연을 했다. 신하들이 임금을 가르치는 자리이다. 이때 특이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나이 든 관료들과 집현전의 젊은 학자들을 동시에 참여시켰다. 여기서 세종은 고위 관료와 젊은 학자 사이에 사고의 갭(gap)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문제를 보는 눈이다. ‘갭=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 10시에서 12시에는 구언(求言)을 했다. 백성으로부터 이야기를 두루 들었다고 한다.

어떤 리더는 자신의 조직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항상 문제가 없는 상태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문제를 싫어하는 리더는 문제가 드러나면 야단부터 친다. 이런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문제가 발생해도 숨기기에 급급하게 된다. 문제는 숨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드러내 해결하는 대상이다. 이것을 앞장서서 하는 사람이 바로 리더이다.

우리가 가끔 듣는 말 중에 ‘참 고약한 사람이야!’가 있다. 세종시대에 매사 반대만 하는 고약해(高若海)라는 신하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라고 한다. 이후 사사건건 반대를 하고 트집을 잡는 사람들을 세종은 ‘고약해 같은 놈’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도 세종은 그를 대사헌이라는 자리까지 올려주었다. 왜 그랬을까. 그래야 다른 신하들도 용기를 내어 말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종은 반대가 주는 다양성의 의미를 깊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세종은 회의를 할 때도 꼭 논쟁을 붙였다고 한다. 창조적 마찰을 조장한 것이다. 그 방법은 ‘견광지(絹狂止)’였다. ‘견’은 ‘하지 말자’라는 뜻이 있다. 반대라는 것이다. ‘광’은 ‘해 보자’라는 뜻이 있다. 찬성이라는 말이다. 둘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지’는 잠깐 쉬어 다시 생각해 보자는 뜻이다. 경연에서 고위 관료들은 대체로 ‘아니 되옵니다’를 외쳤다. 집현전 학자들은 ‘해 봅시다’라고 우겼다. 세종은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왜 안된다고 하는지, 그리고 왜 해볼만하다고 하는지, 그래서 이 둘을 통합할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했다.

창의적인 정부나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구성원들이 창의적 사고와 진취적 태도를 가지고 있을수록 당연히 좋다. 더 중요한 것은 유연하고 사려 깊은 리더의 문제의식과 창조적 습관이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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