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텃밭이야기'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텃밭이야기'
  • 김지원·박현영미디어기자
  • 승인 2016.05.29 2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텃밭 고수 류행수씨 "나누는 재미로 짓는 농사"
2주전 현원당 바깥마루에서 바라본 텃밭. 수국 너머로 고구마 새순이 자라있다.


현대인의 식탁을 채우는 것들은 대부분, 마트에서 온다. 지갑만 열면 고기, 생선, 채소 할것없이 장바구니에 채워 부엌으로 가져올 수 있다.

 요즘의 마트는 생산자의 얼굴과 이름을 새긴 농수산물을 판매한다. 소비자들의 먹을거리 불안을 달래려는 마케팅 요령이다. 생산자가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마트의 농수산물도 훌륭하다. 하지만 직접 키운 채소를 밭에서 바로 뽑아 먹는다면 그보다 맛있는 순간은 없을테다. 직접 키울 시간도 재주도 없는 일반인들에게 현원당의 텃밭이 부러운 이유다.

 현원당 양 옆으로 두개의 텃밭이 있다. 진입로 쪽으로 330㎡(100평) 남짓 감자밭에는 3월에 심은 감자가 한창 자라고 있다. 뒷산과 맞닿은 반대쪽 텃밭은 고구마와 고추를 비롯한 각종 채소의 백화점이다.

 처음 현원당을 찾은 1월 황량했던 현원당의 텃밭이 초록의 채소백화점이 된데는 현숙씨의 부군 류행수 선생님이 있다.

 겨울이 끝날무렵, 류선생님의 일과는 분주해진다. 황토색 맨땅을 드러낸 텃밭은 밭갈이로 깨워서 이랑을 만들고 벌레를 막아줄 비닐을 친다. 3월, 4월동안 때를 맞춰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는다. 그 와중에 뒷산에서 쑥쑥 자라는 두릅이니 돌나물, 머위, 취나물도 때맞춰 따온다. 현숙씨의 식탁이 싱싱한 비법중의 하나다.

 올해의 텃밭에는 고구마, 청량고추부터 파프리카까지 각종 고추, 얼갈이배추, 열무, 로메인상추, 참나물, 치커리, 가지, 토란, 참깨와 알록달록한 콩, 옥수수까지 자리잡았다. 대파와 부추 한무더기도 빠질 수 없다. 그 속에 복수박 한 이랑이 달콤한 열매를 꿈꾸며 자라고 있다.



 
텃밭에는 다양한 작물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시간으로 자라고 있다. 복수박은 탐스러운 열매를 토란은 부드러운 뿌리를, 옥수수는 달콤한 수확을 맛보게 한다.


 텃밭의 주인공을 모시려니 전문농업인이 아니라며 손사레를 친다. 서른가지가 넘는 채소가 때맞춰 자라는 텃밭사정을 꿰고있는 베테랑의 겸손한 말씀이다.

 “옥수수 다음에 토란, 그 다음에 잎채소 종류. 열무, 얼갈이 배추. 상추, 치커리. 그 다음에 키 큰것이 밥에 넣어먹는 알록달록한 6월콩, 그 다음 세이랑이 참깨. 아직 비어있는 곳은 메주콩 심을 자리. 위쪽에 복수박 한 줄. 저쪽은 부추, 가지, 고추가 있는데 고추는 고춧가루용 빨간고추, 청량고추, 아삭이, 피망도 한 줄해서 종류별로 심었어요.”

 집 가까운 쪽으로 자주먹는 채소들이 한창 먹을만하게 자라있다. 심은 작물의 포기수까지 줄줄 외는 류선생은 작물마다 키워먹는 요령도 제각각이다. 부추는 다년생이라 두고두고 잘라먹는다. 작년에 심은 도라지는 내년 가을에 수확할 예정이다. 4개월쯤 키우면 수확할 수 있는 옥수수는 세번에 나눠 심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한꺼번에 수확하면 바로 다 못먹으니 순차적으로 키워 갓 딴 옥수수를 계속 먹을 수 있도록 했다는 거였다. 텃밭 고수의 10년 노하우가 드러난다.



 
감자밭 너머로 현원당 건물이 보인다. 황량했던 겨울 텃밭이 어느덧 푸름으로 가득찼다.


 고추밭에는 지지대마다 쑥 자란 고춧대가 일일이 묶여 있다. 하얀꽃 사이에 하나 둘 자라난 고추가 보인다. 고구마 너머로는 그물을 쳐두었다. 뒷산에서 노루가 내려온단다. 산돼지는 그물로는 어림없다며 그저 웃는다. 올해는 참깨농사가 차질을 빚었다. 멀칭한 검은 비닐탓에 새싹이 잘 자라지 않아 더러 새로 심기도 했다. 뚫어 둔 구멍 속에 한주먹만하게 자란 참깨가 그래도 초록잎을 내놓았다.

 수많은 작물과 꽤 너른 텃밭에도 류선생은 여유있는 농사를 짓는다. 아침나절 잡초나 좀 뽑아주고 많이 가물면 물이나 한번 주고 한다며 “3~4월에 멀칭하고 농사준비할 때나 좀 바쁘지. 크게 힘들지 않다”고 한다.

 원래 수곡출신인 류선생은 25년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다 1996년 명예퇴직하고 차린 영남소방엔지니어링도 2005년 동생에게 물려주고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노루가 내려오는 산 아래 바람 잘드는 터에 이 집을 짓고 그때부터 심고 키우고 한 텃밭관리가 어느덧 익숙한 몸짓이다. 텃밭 주변에 심은 감나무에는 겨우내 먹을 감말랭이 쯤은 너끈한 감도 열린다. 벼농사 지을 농지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지어먹으라며 빌려줬다. 욕심내지 않고 적당히 키워서 나누며 즐기겠다는게 류선생의 농사철학이다.



 
부추는 겨울에도 뿌리가 살아남아 다음해에 또 향긋한 잎을 잘라먹을 수 있다. 하얀 꽃이 숨어있는 고추대에 고추가 열리기 시작했다. 요리재료에 빠질 수 없는 대파도 텃밭작물중 하나.


 류선생은 비봉로타리클럽 창립회원이라 진주에서 일할 때 회장도 역임하고 경상대 산업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도 수료하고, 진주 사회단체들에서 활동도 열심이었다. 수곡으로 귀향해서도 여기저기 부름에 할 수 있는 의무는 다 하고 싶었다며 생활안전협의회 창립회장, 수곡초교학교운영위원장, 면지편찬 부위원장, 좋은세상 만들기 창립회장 등 봉사하는 마음으로 분주한 일상을 보냈다.



 “농촌에서 자라서 농촌이 그립고 전원생활이 재미있다. 시간나면 운동 다니고 모임 나가고, 친구들 후배들과 즐기며 산다. 농사는 재미 삼아 하지. 곡식 자라는 것이 어린애 자라는 것처럼 사랑스럽다.”



 류선생에게 농사는 사회생활을 차곡차곡 쌓아온 것 같이 정성과 나눔의 연속이다. 진입로쪽 495㎡(150평) 남짓한 밭에는 6월 말부터 감자가 30박스는 나온다고 한다. 반대쪽 1487㎡(450평) 남짓한 텃밭 절반을 차지한 고구마도 30박스 쯤 나오면 나눠먹을 생각에 텃밭 주인장의 입꼬리가 벌써 올라간다.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현원당 텃밭 고수 류행수 선생이 초록 무성한 텃밭 가운데서 포즈를 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