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노골적인 대권 놀음’
[경일시론] ‘노골적인 대권 놀음’
  • 경남일보
  • 승인 2016.06.0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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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단체장, 전·현직 국회의원 등 야망을 드러내는 대선 후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대통령이 될 역량과 능력을 떠나 아무나 되는 것쯤으로 생각,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 같다. 하늘이 정한다는 대통령을 마음 내키듯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국민들 의식수준을 무시해도 너무 심할 정도다.

4·13 총선에서 참패, 유력 대권주자가 사라진 새누리당의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라며 군불을 지피고 있다. 3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지만 지난달 엿새간의 방한 중 제주, 경주, 하회마을 방문에서 정치적 광폭이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많다. 관훈클럽 간담회 작심발언, 충청맹주 JP 비밀만남, 나이·체력은 별 문제가 안 된다, 어떤 일을 할지 결심하겠다 등 누가 봐도 ‘오비이락(烏飛梨落)’보다 계산된 대권행보에 긍정반, 부정반이다.



‘충청+TK의 설익은 연합론’

일각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찾은 것 자체가 대권 행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해득실을 따지며 벌집 쑤신 듯한 대선 출마 시사로 파장이 커지자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표현인 “확대해석하지 말아 달라”며 한발 물러섰다. 당 주류인 친박계는 여권 기반인 영남-충청이 뭉쳐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고, 그 중심에 반 총장이 있다고 말한다. 더 구체적으론 ‘충청+TK의 설익은 연합론’을 친박계가 그리는 최상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다. 집권세력이 반기문 후계구도를 구축해도 실정의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반 총장은 ‘정부직 진출 자제’를 권고한 UN 결의 위반과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정치구조에 대해서도 적절한 해명이 필요하다. 역대 총장 7명 중 오스트리아의 발트하임은 대통령을 역임했고, 페루의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도 대선에서 낙선한 뒤 후일 총리를 지냈다. 대통령과 총리가 된 것도 퇴임 4~5년이 지나서였다. 올 연말 퇴임, 내년 12월 대선출마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반 총장이 남북 위기, 정치적 분열 상황, 구조조정의 경제 위기, 사회적 갈등 등을 돌파할 자질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이 변화무쌍해 대선출마를 공식화하면 혹독한 정치환경에서 생존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여든 야든 후보가 되려면 당내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고, 아직은 ‘꽃가마’를 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내 정치와는 선긋기를 했지만 혹여 대권에 뜻이 있다면 자신과 주변에 대한 성찰이 우선일 것이다. 임명직에서 쌓은 대중적 명망은 ‘관제화된 인기’일 뿐 대선 전쟁터에 뛰어드는 순간 높은 지지도는 신기루도 될 수 있다.



반 총장, ‘꽃가마’ 탈 수 있을지 미지수

반 총장 경력이 외교관과 유엔 사무총장 국한이라 경제 등 현실정치 참여 경험이 없다는 점, DJ 동향보고 등 정치적 검증이 필요하다. 신중함이 트레이드마크인 그가 현 대통령의 임기가 18개월이나 남은 중에 ‘대망론’의 자가발전에 나서면서 갑자기 때 이른 대선주자 풍년에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고 바람직하지 않다. 대권에 뜻을 두는 것은 그가 결정할 일이고, 나무랄 일이 아니나 ‘노골적인 대권 놀음’의 퇴행적인 대선행보보다 7개월 남은 유엔 사무총장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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