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이 빚는 전통방식 도자기
아버지와 아들이 빚는 전통방식 도자기
  • 김영훈기자·이지훈인턴기자
  • 승인 2016.06.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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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잇는 사람들] 민영기·민범식 부자
▲ 산청군 단성면에 ‘산청요’ 공방에서 대를 이어 전통방식으로 도자기를 빚는 민영기(왼쪽)·민범식 도예가 부자.

#한 평생을 바쳐 한 곳만 바라보고 달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그 결과가 당장 눈 앞에 나타나지 않는 힘든 일이라면 누구나 쉽게 시도하지는 못 할 것이다.

특히 예술분야, 그 중에서 도예라면 더더욱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 정성이 깃든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빚고 굽고 다시 굽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된다. 그렇다고 그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도예는 인내심과 노력이 요구되는 힘든 작업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처럼 어렵고 힘든 도예를 위해 한 평생을 바친 사람이 있다. 또 그의 아들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도예에 열정을 쏟고 있다.

산청군 단성면에 전통한옥을 짓고 ‘산청요’라고 이름 붙인 공방에서 전통방식으로 도자기를 빚고 있는 민영기 도예가와 그의 아들 민범식 도예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산골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산청요는 바로 앞에 경호강이 흐리고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져 있어 이들 부자의 역량을 펼쳐 큰 뜻을 품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산청요를 차를 타고 찾아 갈 수 있지만 과거에는 나룻배를 타야만 방문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민영기 도예가는 “이곳에 거주한지도 40여 년이 지났는데 과거에는 배를 타고 다녔다”며 “8년 정도 나룻배를 타고 다녔지만 이 곳의 기운과 경치가 정말 좋아 힘든지도 몰랐다”며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소 소박해 보이는 민영기 도예가지만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는 그 명성이 대단한 인물이다. 일본 전 총리였던 호소가와 모리히로가 직접 도예를 배우기 위해 산청요를 찾기도 했다. “호소가와 총리가 4번 정도 이 곳을 찾아 도예를 배우고 갔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좋아해 주니 행복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영기 도예가가 훌륭한 도예가로 인정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나라 전통방식을 고집하면서 자연과 함께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도자기를 빚기 위해 주변 산에서 자신이 캐온 백토를 숙성시켜 다시 퍼내 발로 밟아 이겨 만든 질을 가지고 물레로 1차 성형을 한다.

이후 다시 깎아 내고 그 위에 자신이 만든 유약을 입히고 말려 자신이 만든 흙가마에서 장작으로 굽는다. 이러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 후 최종적으로 그만의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민영기 도예가는 이런 과정도 중요하지만 스승을 찾아 좋은 작품을 바라 볼 수 있는 시각을 배워야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좋은 스승 밑에서 눈을 높여야 된다. 혼자하면 결국 우물안 개구리이다”며 “나 또한 일본에 넘어가 하야시야 세이조 전 도쿄국립 박물관장의 가르침과 전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조언 등으로 이렇게 성장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배운 것들을 아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도자기는 2대, 3대 이후에 그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가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아버지를 지켜보며 자란 민범식 도예가가 대를 이어온지도 어느덧 14년. 그는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아버지 곁을 지키며 도예를 배우고 있다.

어린시절 민범식 도예가는 도자기에 대해 큰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진로를 선택 할 시기가 되자 자신도 모르게 이 길을 걷고 있었다고 한다. “어릴때는 산과 강에서 친구들과 노는게 좋아 도자기에 관심이 덜 했다”며 “고등학교 2학년 때 미대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대학 입학을 도예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나도 모르게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리고 이 길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며 “다소 힘들지만 재미있게 즐기며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범식 도예가는 명성이 높은 아버지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은 덜하다고 한다. 오히려 명성 높은 스승 덕분에 많이 배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훌륭한 아버지를 둬 부담 되겠다’이다. 하지만 내 답변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며 “좋은 스승을 아버지로 뒀기 때문에 더 많이 배울 수 있고 생활하는데도 부담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민영기의 아들’, ‘민영기의 제자’라는 수식어를 벗어나 ‘도예가 민범식’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만이 만들 수 있고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전통방식을 고집하지만 그 속에서 현대적인 미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선보이고 싶다. 그래서 이번에 열리는 작품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민범식 도예가가 생애 첫 작품을 열어 그만의 매력을 선보인다. 14년 동안 아버지의 대를 이어 다양한 실험과 작품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이번 작품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산청에 위치한 산골박물관에서 첫 작품전을 열게 됐다. 이번 작품전을 통해 나만의 작품을 선보일 것이다”고 전했다.

끝으로 민범식 도예가는 자신에 이어 자녀들도 가업을 잇길 희망했다. “13살, 8살 두 딸이 있는데 그림도 잘 그리고 도자기에 대한 관심도 많다”며 “두 딸 중 하나라도 가업을 이어 아버지의 말씀처럼 전통방식이 후세대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민범식 도예가의 생애 첫 작품전 ‘민범식 도예전’이 오는 4일부터 산청 산골박물관에서 열린다. 생활용기를 주로 선보이는 이번 작품전은 분청사기 등을 통해 미적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승화시켜 표현했다.

특히 그의 작품 ‘분청사각선문기(器)’는 원통 모양의 반죽을 때려 8면을 만든 후 4각으로 깎는 성형을 거쳐 대칼을 이용해 표면에 무작위한 무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보는이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이번 작품전은 4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며 초대행사는 4일 오후 14시이다.

김영훈기자·이지훈인턴기자 hoon@gnnews.co.kr


[대를 잇는 사람들] 민영기·민범식 부자


민범식 도예가의 생애 첫 작품전 ‘민범식 도예전’이 오는 4일부터 산청 산골박물관에서 열린다. 사진은 전시된 작품들 모습.
‘분청사각선문기(器)’는 원통 모양의 반죽을 때려 8면을 만든 후 4각으로 깎는 성형을 거쳐 대칼을 이용해 표면에 무작위한 무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보는이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4일 산청 산골박물관에서 열리는 ‘민범식 도예전’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도예가 민영기(왼쪽), 민범식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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