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의 배려 문화
역지사지의 배려 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16.06.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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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의령군 행정과장·시인)
김영곤
지난 주말 머리를 식힐 겸 인근의 산사를 찾았다. 그런데 필자가 찾아간 절의 특색은 기왓장에다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를 적어 전시하고 있었다. 그 중 기억나는 한 가지를 소개하면 배려라는 일화이다.

내용인즉 산사의 좁은 산길에 올라오는 차와 내려가는 차가 교행하게 되었는데, 올라오는 차의 운전자 입장에서 볼 때 내려오는 차보다 공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차를 멈추고 내려오는 차 운전자에게 정중하게 후진을 요청하였더니 “기도하고 가는 차는 절대로 후진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다소 의외의 대답에 결국 상행선의 운전자 자신이 어렵게 후진하여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위험을 감수했다는 내용이었다.

마치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보았던 두 마리의 염소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서로 양보하지 않고 싸우다 두 마리 다 물에 빠져 죽는 장면을 연상할 수 있었다. 이처럼 배려는 누구의 유불리를 떠나 우리에게 필요한 고마운 문화 중의 하나이다.

필자는 오랜 기간을 공직에 재직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군청에 온 민원인이 나를 찾아올 때면 그분의 용무에 앞서 표정부터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즉 기분이 좋은 건지 화가 나 있는지에 대한 표정이다. 물론 전자의 민원인을 만나면 덩달아 기분이 좋지만 화난 사람은 그 이유를 경청한 후 민원인의 원대로 처리가 안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난관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사람은 이해를 하고 돌아가지만 일부 사익에 치우친 민원인은 공직을 불신하는 거친 언사를 쏟아내기도 한다. 이때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이지만 이런 사람까지 존중해야 하는지 사뭇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 스스로 법을 위반해서라도 개인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을진대 말이다.

배려의 근본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내가 상대방의 위치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까를 떠올린다면 그렇게 화날 일이 아닐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남을 비난하기도 싶지만 배려의 마음으로 칭찬하기도 싶다. 그것은 각자 마음먹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김영곤 (의령군 행정과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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