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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숲산책-보약 한 첩이라니?
허훈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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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2  19: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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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숲산책-보약 한 첩이라니?

보약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인기 식품이다. 밤낮으로 공부에만 매달리는 자녀를 지켜보노라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보약이라도 한 첩 달여 먹여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그런데 ‘보약 한 첩이라니?’ 너무 적지 않나 의구심이 든다. 보약 한 제라면 몰라도. 단위 의존명사인 ‘첩’과 ‘제’의 뜻을 몰라 벌어진 오류가 아닐까. ‘첩(貼)’은 약봉지에 싼 약의 뭉치를, ‘제(劑)’는 한약을 묶어 세는 단위이다.

‘돌림병에 약 한 첩을 써 보지 못하고 죽인 자식을 거적에 말아서 묻은 동산을….≪박경리, 토지≫’에서 ‘~약 한 첩을~’을 ‘~약 한 제를~’로 바꾼다면 어색한 문장이 된다. ‘한 제’는 한약 스무 첩을 이르기 때문이다. 첫 번째 단락의 ‘보약이라도 한 첩 달여 먹여야겠다.’는 문장에서 ‘한 첩’을 ‘한 제’로 해야 스무 첩이 되고, 비로소 보약을 먹은 느낌이 들 것이다. 또 술안주로 즐겨먹는 오징어를 묶어 세는 단위로 ‘축’이 있다. 보통 낱개로 한두 마리를 사지만, 오징어 마니아는 열 마리, 스무 마리를 통째로 구입해 두고두고 먹는다.

이때 오징어 스무 마리를 한 축이라 한다. 반 축은 열 마리다. 북어를 묶어 세는 단위는 ‘쾌’인데, 이 역시 한 쾌는 북어 스무 마리를 이른다. 전날의 술기운으로 거북한 속을 풀기 위하여 먹는 국으로는 북엇국이 제일 아닐까. 북어 열 쾌면 일 년 내내 해장국 걱정은 없겠다. 100장을 이르는 단위도 있다. 김을 묶어 세는 단위인 ‘톳’이다. 한 톳은 김 100장을 이른다. 보통 100장을 한 묶음으로 해 파는데, 김 세 톳이면 300장을 산 셈이 된다. ‘한 제=한약 스무 첩’, ‘한 축=오징어 스무 마리’, ‘한 쾌=북어 스무 마리’, ‘한 톳=김 100장’을 말한다.

허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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