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청사(靑史)에 이름석자를 남기려면
[경일시론] 청사(靑史)에 이름석자를 남기려면
  • 경남일보
  • 승인 2016.06.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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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나이가 든 사람들은 누구나 서부영화의 주인공 이름 몇몇쯤은 알고 있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 시대의 선을 위해 싸워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영화 ‘하이 눈’에서 게리 쿠퍼는 보안관의 임무가 끝나 애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도 그가 근무하던 마을에 주민들을 괴롭혔던 악당들이 집결한다는 소식을 듣고 결혼식을 미룬 채 마을에 남는다. 영화제목처럼 정오에 기차편으로 마을에 도착한 악당들과의 대결이 관중들을 휘어잡았다. 비록 영화속이지만 그들은 마을의 안위를 위해, 시대적 공동선을 위해 불리한 여건에서도 목숨을 담보로 싸워 공동선을 쟁취한 역할로 기억에 남는다. 그러면서도 부나 명예는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으로 여운을 남겼다.

무릇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인, 국회의원이라면 이름 석자를 청사에 남길 각오로 일해야 한다. 적어도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위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일하고 희생, 봉사해야 한다. 특권을 내려놓고 밥그릇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서부영화 속의 주인공이 위험속에 처해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마을을 떠나거나 벼슬을 내려놓는 만큼은 아니라도 지탄의 대상이 돼선 안된다. 요즘은 그런 정치인을 만나보기가 어렵다. 젊은 사람들에게 국회의원의 이름을 몇이나 아느냐고 물어보면 실감할 수 있다. 몇몇 의원의 이름을 주워섬기지만 그것도 대부분이 막말이나 폭력, 비리 등으로 지탄받고 있는 자가 대부분이다. 그러하니 청사에 빛나는 인물을 기대하기는커녕 서부영화 주인공역을 맡았던 할리우드 배우만큼도 기억속에 남아 있지 않다.

총선 이후 협치를 부르짖던 20대 국회도 개원 법정시한을 넘겼다. 자리다툼, 밥그릇싸움이 그 원인이다. 총선결과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던 약속도 물 건너간 듯하다. 밥그릇싸움은 국민을 위한 다툼이 아니다. 오직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만을 위한 행보일 뿐이다.

국회도 이젠 정말 달라져야 한다. 진영논리와 여야간 다툼, 말싸움으로는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정말로 뼛속까지 변화하지 않는 한 변화의 모습을 느끼지 못하고 예전의 행태, 그 연장선상의 시각으로 국회를 바라볼 것이다.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들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불체포특권을 없애 범죄와의 검은 거래를 끊어야 한다. 법안 처리의 끼워넣기와 조건부 협상은 구태이다. 세비를 깎겠다던 약속도 지켜야 한다. 조선업 등 중공업이 부도의 위기에서 구조조정에 나서고 각종 경제지표는 오랜 기간 저성장과 불황에 허덕이던 일본을 닮아가고 저금리·저성장은 좀처럼 고용률을 끌어올리지 못해 청년실업이 만성화돼 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 결과는 1인가구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출산율 세계 최하위라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국회가 비정상적 놀음에서 벗어나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이유다.

로마 교황청이 새로운 교황을 선출할 때 결론이 날 때까지 한곳에 모여 토론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듯 국회도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여야 원내대표가 결론이 날 때까지 한 곳에서 논의를 계속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콘클라베식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그 결과에 공감하고 국회를 경외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민생보다는 눈앞에 있는 정권쟁취에 눈이 어두워 있으니 기대는 난망이다. 선거 때에는 모두가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는데. 국민들의 마음은 이래저래 암연하다. 경제라도 살아날 낌새가 있으면 정치따윈 잊고 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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