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심은데 꽃 나고
꽃 심은데 꽃 나고
  • 경남일보
  • 승인 2016.06.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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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의령군 행정과장·시인)
김영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중 종종 골머리를 앓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환경문제이다. 대표적인 것이 쓰레기 처리인데 사람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부분이기도 하다.

각 지자체마다 정책의 원활을 위해 쓰레기 분리수거는 물론 종량제 시행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보기도 하지만 청결은 생각보다 쉽게 잘 유지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쾌적한 환경을 지키려는 인간의 의식이 확고하지 않으면 그냥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오염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사람의 눈길이 드문 도심의 공터나 작은 공간, 그리고 쓰레기 적재장 주변이 더욱 그렇다. 사람의 심리상 누군가가 먼저 더럽히고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죄의식은 실종되고 쓰레기를 버린 장소에 덩달아 버린다.

이러한 문제를 직시한 몇몇 사람들이 의기투합하여 도심의 공터를 활용하여 꽃을 심고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명 ‘게릴라 가드닝’이 등장하였다. 이들도 처음엔 허락받지 않은 토지 소유주의 제지나 심은 꽃에 대한 훼손 등을 걱정했지만 오히려 잘 심었다는 칭찬과 긍정적인 반응에 힘을 얻었다고 한다.

이에 힌트를 얻은 필자도 바로 옆집 앞에 수년간 방치된 공터에 적재되어 있던 쓰레기와 잔돌을 치우고 아내와 함께 꽃밭을 조성해 보았다. 처음으로 꽃을 심은 작년 한 해 그동안 너저분하던 옆집 앞이 환한 꽃밭으로 변모되고 한결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런데 금년에 생각지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필자가 가꾸던 꽃밭에 옆집 주인이 스스로 꽃을 심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아내와 둘이서 조성한 꽃밭이 주인이 따로 없는 우리의 꽃밭이 되었고 쓰레기가 나뒹굴던 공터가 아름다움의 활력이 넘치는 터전이 되었다.

살다 보면 가끔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 발상은 사람이 사람을 이롭게 하는 그 무엇이라면 더더욱 좋다. 물론 주민이 회피하는 일이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잘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주민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당해 지역주민이 주인인 지방자치를 진정으로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영곤 (의령군 행정과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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