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84)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84)
  • 경남일보
  • 승인 2016.06.0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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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경남문단에 최근 발표된 소설과 수필들(16)
거제스토리텔링작가회의 ‘거제도 섬길 따라 이야기’ 세 번째 김계수의 ‘섬, 그리울 때 품는 내도’를 읽을 차례다. 외지인이 거제 풍광을 손꼽을 때 대개 해금강, 몽돌해수욕장, 여차, 외도 등을 떠올리고 역사 유적지로 포로수용소, 폐왕성, 옥포, 둔덕 등을 떠올리고 산업현장으로 대우조선, 삼성조선 등을 떠올리고 가톨릭 성지와 유적으로 옥포, 지세포, 송곡리 등을 떠올린다. 송곡리는 최근 초기 가톨릭 순교자의 딸 유섬이의 무덤이 발견되어 화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섬이의 경우 1801년 신유사옥때 복자 유항검의 딸로서 연좌제에 따라 9살 때 거제부로 유배를 당해 71세까지 살다가 죽은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무덤까지 확인되었다. 필자는 이 소재로 시극을 썼다. 곧 시극집을 내고 공연이 될 예정이다.

그런데 김계수의 글에서 ‘내도’를 확인한다. 외도가 남성적이라면 내도는 그 짝으로 동백숲으로 우거진 숲길로 이름난 곳이다. 내도를 통해 작가는 ‘둥글다’는 이미지를 끌어낸다. 바람을 피하기 좋게 지은 낮은 지붕도, 섬이 자리한 모양대로 길고 순하게 굽은 해안길도 둥글다. 섬 꼭대기를 오르는 가파른 절벽마저도 가까이 보면 모진 데가 없다. 선착장 길게 누운 방파제 바닥 위에 주인처럼 누운 고양이 등과 눈은 또 얼마나 둥글고 느릿느릿한지, 모든 것이 둥글어 섬에 오는 사람도, 바람도 순하게 굴러 다치지 않는다.

작고 둥근 지붕 아래서 순하게 굽은 등을 가진 할머니가 배 시간에 맞춰 천천히 걸음한다. 훨씬 세상을 더 살았음에도 까만 눈동자가 섬물처럼 맑다. 고양이 등처럼 굽은 등, 그 등에 몇 아이나 업혀 자라고 앞 모르게 몇 슬픔을 품어 지냈을지. 슬픔은 등으로 품고 순한 미소 앞으로 지으며 섬처럼 살았을 섬처녀, 그 가슴 기슭마다 소금에 배인 시린 사연들이 얼마나 재여 있을지 궁금하다.

김계수의 묘사력은 자별나다. 그대로 한 대목을 잘라서 본다. “귀한 팔색조가 산다는 동백숲 길을 30여분 걷다 보면 마음은 붉어지고 몸은 온통 푸르게 꿈틀거린다. 거제 내도 숲길을 걷는 300리 숲길이 마치 300가지의 걱정을 더는 것처럼 섬은 나를 가볍게 해준다.동백 원시림 숲길은 맨발이어도 좋다. 한 번 시작하면 그 부드럽고 속까지 전해오는 감촉이 없던 감각까지 깨우고 나서 오히려 신발이 건조하고 깔끄럽다. 얼마나 깊은 사랑과 얼마나 오랜 기다림으로 다듬은 길이어야 이리 포근한가. 그러면 다시 생각나는 휘인 등으로 삭인 섬 사람들의 삶들과 모나고 허세로 구부러진 밖 사람들의 투정.”

김계수는 여기쯤에서 섬 밖의 풍경을 보기 시작한다. “멀리 쾌속선 치닫는 소리에 바다비오리새 물밑으로 몸을 숨기고 갑자기 안섬(내도)으로 밖섬(외도)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섬도 짝짓기를 하려나. 내도를 향해 떠오는 섬을 보고 놀란 동네 여인이 ‘섬이 떠온다’ 고함을 치자 전설처럼 그 자리에 멈추어버렸다는 섬, 이 섬의 전설을 듣다 보면 긴 세월 동안 여기 자리하지 못하고 떠났을 사람이 생각난다. 또 그 사람으로 생긴 기다림과 그리움은 얼마나 애틋하였을까.”

김계수는 시인이자 수필가다. 산청 단성 출생으로 현재 한국외식업 중앙회 거제지부 사무국장으로 일한다. 서울 디지털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그는 새로 생긴 거제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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