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칠십 할매의 인생(이귀례)
젖달라 울어 대는
막내 동생 둘러 업고
지쳐 버린 하루가 가고
숨겨 논 책 보따리 둘려 매고
밭이 아닌 학교로 향한 발거음
초저녁 회초리에 닭 똥 같은 눈물만 나네.
퇴양 볕 쟁기질에
허기진 배 움켜 잡고
덜커덕 익 밤새워 배를 짜네
먼저간 병든 남편
뜬눈으로 지새던 밤들
세월이 약이라 던가
칠십 넘어 찾아온 행복
오늘도 학교 가는 길
나는 열 살 소녀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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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한글을 배우시는 한 할머니의 시다. 서툰 글씨와 맞춤법이 어색하지만 저 깊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퍼 온 감동은 어떤 언어도 경계를 넘어 오지 못하는 삶의 진실이 담겨져 있다. 그냥 젖어드는 눈물과 함께 평설을 대신하고 싶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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