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민화' 그리는 안영혜씨
[영원한 청춘]'민화' 그리는 안영혜씨
  • 김송이 수습기자
  • 승인 2016.06.02 15: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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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들고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나이도 잊어
▲ 민화를 그리고 있는 안영혜 씨.

“얼굴 나오면 안 돼요. 초상권 있어요~”

민화 그리기에 집중을 하다가도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들리면 얼굴을 번쩍 들고 손사래를 치는 그녀였다. 1m는 족히 넘어 보이는 화판에 차곡차곡 색을 입혀가며 마음의 병을 모두 치유했다는 오늘의 주인공 안영혜(71·진주시 상봉동) 씨. 그녀가 민화를 시작한 것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던 3년 전 친구들의 권유에 용기를 내 보기 시작한 어느 날부터였다.

“나쁜 일들이 겹치다 보니 마음이 참 어지러웠어요. 아~ 사람이 이렇게 우울해지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림에는 관심도 없고 문외한이었던 안영혜 씨는 민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고 말했다.

“일단 예쁘잖아요. 여자 마음은 늙으나 젊으나 똑같은가 봐(웃음). 그림은 잘 몰랐어도 하얀 화폭에 이 색 저 색 칠하다 보니까 어느새 마음이 많이 정리돼 있더라고요.”

지난 5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진주시 칠암동 소재)에서 열렸던 한국 궁중 민화 연구소 주최 ‘우원(友園)’ 궁중 민화 회원전에도 안영혜 씨의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민화는 우리 민족의 과거 일상생활과 염원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실용화다. 십장생이나 책가도, 화접도, 모란도 등 화려하지만 정갈한 멋을 자랑한다.

안영혜 씨 역시 올해로 벌써 두 번째 민화 전시회에 개인 작품을 출품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문자도, 모란도 , 기명도 등 다양한 작품을 그려왔다.

민화를 그릴 때 만큼은 딴 세상에 있는 듯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고 온전히 민화에만 빠져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한 곳에 집중하기도 쉽지않은 나이지만 민화를 그릴때 만큼은 그 어떤 잡념이나 상념도 잊어버린다는게 그녀의 설명이다.

“일단 마음이 차분해져요. 민화 그리기에 집중하다보면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나 싶을 때가 많죠. 하나 둘, 차분히 정리하고 붓에다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나이도 잊은 기분이예요.”

안영혜씨는 그림에 특별한 재능이나 소질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민화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그림이라고 하면 다들 어렵다고만 생각하잖아요. 저도 그랬죠. 그런데 그런 선입견을 버리고 무작정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 너무 복잡하게 사는 것 같아(웃음).”

요즘은 내년에 있을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그녀.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석 달씩 걸리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전혀 힘들거나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화원에 나와 종일 민화를 그리다 가는 날도 있지만 그릴 때 만큼은 몸이 힘든 줄 모른다고 한다.

 
▲ 일흔 나이에도 민화를 그릴때면 청춘 못지 않는 집중력이 생긴다는 안영혜 씨.


“우리 기자님도 나오세요. 직장인들도 많이 다녀요.”

과거에 친구의 권유에도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던 안영혜 씨는 어느새 민화 그리기 전도사가 됐다. 실력만 허락한다면 언젠가는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쳐 창작작품을 그리고 싶다고도 했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제가 잘하는 말이 있어요. 저승사자들아 미안한데, 내 나이 여든에 개인전 열기 전까지는 너희들 못 따라가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웃음).”

작품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우울하고 힘들었던 그녀의 마음에도 밝은색이 물들었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어지러웠던 과거의 날들을 잊고 좋은 친구들과 즐겁게 민화 그리는 일에 몰두하며 건강하게 사는 자신의 모습이 썩 맘에 든다는 안영혜 씨의 무지갯빛 삶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 함께 응원해 본다.

김송이 수습기자 song2@gnnews.co.kr



일흔 나이에도 민화를 그릴때면 청춘 못지 않는 집중력이 생긴다는 안영혜 씨.
안영혜 씨는 아직도 민화를 그리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질문하는 열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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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 2016-06-14 13:15:14
진주에 사는 40대 주부입니다..
민화를 배우고 싶어요..배울수 있는곳이 어디인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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