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하는 것
자세히 보아야 하는 것
  • 경남일보
  • 승인 2016.06.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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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수필가)
이홍식

나태주 시인은 사물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한다. 논두렁이나 들판 산길을 오가며 무심히 보았던 풀꽃을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면 정말 예쁘다. 작은 꽃술의 앙증맞은 비례며 무리 진 꽃들의 살랑거림이나 산기슭 길에서 떨어져 외롭게 핀 야생화에 내려앉은 나비와 벌 주변을 분주히 날아다니는 작은 날벌레의 모습은 그 안에 살뜰한 우주가 들어 있다. 그것을 볼 때면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올 때 보았네”라는 고은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높이 나는 새는 멀리 볼 수 있지만, 낮게 나는 새는 자세히 볼 수 있다. 멈춰만 있다고 전부를 보는 것 아닐 것이고, 제대로 보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멈추었을 때 보이는 그대로다. 무엇이든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며 자세히 보지 않아 낭패당한 일이 한둘 아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아니면 자연의 모든 사물이 되었던 건성으로, 그냥 무심히 스쳐보는 일로 해서 어려운 일과 맞닥뜨리는 일이 많았다. 특히 사람과의 일은 더 그랬다. 물건을 살 때도 대충 보고 사는 일이 많았고, 사람 역시 상대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러니 대충 보고 산 물건에 만족한 일이 별로 없었고, 사람과의 관계도 서로 신뢰를 쌓지 못했다. 중요하지 않으면 그냥 인사치레 정도일 뿐, 깊은 이해나 존중 없이 건성으로 관계하며 자세히 살피지 않았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빤한 것인데, 내가 그러니 남도 그랬다.

사물과 사람을 자세히 본다는 것은 관심이자 사랑이다. 관심을 두게 되면 저절로 자세히 보게 되고 관심 두지 않은 것에는 그냥 스쳐볼 뿐 무심하게 마련이다. 사람 누구나 관심 없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상대의 달라진 부분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의 눈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관심 없는 사람은 어떤 변화에도 그저 그런가 보다 여기며 무심히 스쳐볼 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힘은 사물에 대해 또 다른 것을 알게 하고 새로운 눈을 뜨게 한다. 그 힘은 살면서 맞닥뜨리는 많은 것에서 깊은 곳을 볼 수 있게 만든다. 그러니 자세히 볼 수 있어야 예쁨이 드러나고 사랑도 따라오는 것이다. 내가 그러면, 시인의 말처럼 너도 그런 것 아닌가.

이홍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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