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나고 돈 났는데
사람 나고 돈 났는데
  • 경남일보
  • 승인 2016.06.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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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의령군 행정과장·시인)
김영곤

선진 인류와 가장 밀접한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돈일 것이다. 물질문명이 생성된 이후 돈은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붙박이일 뿐 아니라 돈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어떤 땐 약이 되고 독이 되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필자는 태어나 두 번 이사를 했다. 처음 이사한 곳에서 삼십년을 살았으니 현 시점에서 안태본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을 살았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좋든 싫든 이웃과 많은 정이 들었다. 그런데 1여년 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전에 살던 이웃의 살가운 인정이 전해졌다.

며칠 전 맨 처음 이사와 살던 곳의 뒷집 할머니가 우리 집에 돈을 줘야 한다는 기별이 왔다. 처음엔 꿔준 돈이 없는데 무슨 일인가 하여 그냥 넘어갔더니 이젠 인편으로 소액의 돈이 전달돼 왔다. 내용인즉 이사 갈 때 인사를 못해 이제야 조그만 인정의 예를 표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고마웠다. 그래서 필자는 아내에게 정을 담은 물건을 마련해 직접 찾아가 뵙도록 했다.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돈을 인정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유사한 또 다른 일화도 있다. 최초 아들이 부모님께 올린 용돈이 당신의 소중한 손주에게 전해지고 손주가 그 돈을 또다시 어머니 사랑에 보답하자 아내는 다시 용돈을 보태어 부모님께 드렸다는 이야기다. 결국 돈이 돌고 돌아 소중한 가족의 인정 릴레이를 펼친 것이다. 이럴 땐 돈은 단순한 재화가 아니라 인정의 매개체가 된다.

그러나 돈이 잘못 쓰여지면 여지없이 독으로 돌변한다. 속칭 검은돈인데 비록 숨어 있지만 언젠간 드러내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다가올 9월이면 일명 ‘김영란 법’이 세상에 나온다. 벌써부터 정가나 관가, 업체 등에서 이 법 시행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다. 법 본래의 취지는 검은 돈의 거래를 차단해 깨끗한 사회를 조성하는 것인데 저마다 주관적 견지에서 유불리를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떠하든 소액으로 사람의 인정에 대한 예를 표할 수 있는 길 만은 열어 둔 법이라 큰 문제는 없을 성싶다.

옛말에 ‘돈이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다. 돈을 벌긴 어렵지만 잘 쓰는 것은 내 마음에 달렸다. 그것은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영곤 (의령군 행정과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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