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85)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85)
  • 경남일보
  • 승인 2016.06.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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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경남문단에 최근 발표된 소설과 수필들(17)
‘거제도 섬길 따라 이야기’ 그 네 번째 ‘수채화를 그리다- 지심도에서(김정희)’를 읽을 차례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지심도’에 얽힌 이야기 하나가 먼저 떠오른다. 우리 문단에 이름만 대면 얼른 알아볼 수 있는 작가 Y의 사랑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잡지 같은 데도 실렸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나왔기 때문에 이름을 굳이 액면대로 밝히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중심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Y로 해둔다.

Y는 어떤 재벌가의 딸을 사랑하고 있었으나 집안의 반대가 완강하여 둘이서 지심도로 숨어들었다. 하루를 애틋한 마음으로 섬에서 거닐다가 오후 막배가 오기를 기다렸으나 풍랑 때문에 배가 오지 않았다. 밤을 고스란히 섬에서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다. 작가 Y는 다음날 뭍으로 나와 집안에 지심도 체류의 사정을 알렸다. 그럼에도 집안의 허락은 쉽게 나지 않자 두 사람이 결혼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을 고백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이지만 Y는 결혼식장을 지심도와 가까운 통영에서 잡아 결국 웨딩마치를 울렸다.

그들에게 지심도는 무엇일까?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물레방앗간이거나 보리밭골이거나 비내리는 원두막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심도는 숨막히게 떨어지는 동백꽃의 오솔길이 있고 떨어지면서 극약과 같은 향기를 뿜어내는 낙화의 긴장과 눈물겨운 순간의 다급한 갈증 같은 것들로 배경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Y이야기는 이 정도로 멈추고 김정희 수필가의 이야기를 엿듣기로 하자. 화자(김정희)는 지금 혼자서 지심도 가는 배에 오른다. 그리고 그녀는 25년전 신혼시절을 떠올린다. 남편과 연년생 아이 둘을 데리고 간 소풍길이었다. 그때 지심도에서 두 아이는 위험 물질이 전혀 없는 촉감 좋은 맨땅 위를 뒤뚱거리며 즐거워 했었다. 큰 바구니 한 가득 장난감엔 이내 싫증을 내던 그들이 흙바닥 위에선 좀체 싫증을 낼 줄 몰랐다.

아이들이 그새 자라나 한 집안의 어엿한 가장이 되었다. 그들은 어린 시절 지심도의 그 흙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 아이들은 저희대로 다 떠나고 그 허전함이 엄습해 와 내가 지금 그 땅으로 의미를 되짚어보기 위해 지심도로 든 것이었다.

화자는 여기서 문득 어머니 생각을 하게 된다. “여고시절 손을 데었을 때였다. 어머니가 연탄재와 흙을 섞어서 그 부위에 바른 후 가제로 처매 주시며 곧 화기가 빠진다 했을 때 나는 엉터리 요법이라고 앙탈을 부렸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었다. 손의 화끈한 쓰라림이 이내 가시고 다음날 풀어보면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왜 어머니의 이 처방이 생각나는 것일까” 지심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모성애의 한 텃밭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 터이다.

수필가 김정희는 이 수필에서 지심도를 어린이의 생명과 흙이라는 의미를 되짚어 주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느새 모성의 의미와 지심도라는 보다 확충된 세계를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지심도는 사랑의 배경이기도 하고 모성의 배경이기도 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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