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86)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86)
  • 경남일보
  • 승인 2016.06.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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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경남문단에 최근 발표된 소설과 수필들(18)
‘거제도 섬길 따라 이야기’ 5번째는 김현길 시인의 ‘피왕성은 말한다-의종 임금이 3년간 머물다 간 둔덕’이다. 김현길 시인은 평소 둔덕면 출신으로 둔덕의 역사나 둔덕에서 태어나 자란 마을 이야기를 주로 시의 소재로 채택해 썼다. 어느날 필자는 그쪽 ‘폐왕성’에 같이 오르는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다. 그럴 때마다 김시인은 “시간만 내 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해주었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 그 무기약 약속을 이행해 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 중인데 이 책에다 ‘폐왕성’에 대해 썼다. 아주 전문가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지명 등에 대한 내용을 집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김시인의 열정으로 보아 의종의 도승지 정도가 다시 살아나 온 느낌을 받았다. 김시인은 이 말에 동의할까, 아니면 문하시중 정도로 상향 조정을 해줄 수도 있다. 직함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김시인의 해박함에 대한 촌평이기에 그러하다.

이 글의 시작은 이렇다. “내 고향 둔덕면의 지명들은 무신의 난 때 의종이 피난을 오면서부터 대부분 생겨났다. 둔덕에 온 그는 자주방을 중심으로 상둔과 하둔에 군사를 나누어 주둔시켜 농사를 지어 식생활을 해결했다. 지금도 둔전들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고려사에 의하면 단기사피(單騎死避)로 도성을 탈출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의종이 둔덕으로 올 때 군사와 왕비 공주 대비 등 많은 신하들을 데리고 온 것만은 확실하다.” 아마도 둔덕의 지명들을 살펴볼 때 그렇다는 추정일 것이다. 지명에 대해 기술한 부분을 보자.

복위할 때 타고 갈 말을 사육했다는 마장(馬場) 마을이 있고, 죄지은 사람을 가두어 두었다는 옥이 있던 법동 마을이 있다. 자주방은 상둔 쪽으로 오는 사람들과 의종을 알현하러 오는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야 지나갈 수가 있었다. 말을 타고 오는 고관들이나 신하들이 말에서 내렸다는 마하지(馬下址), 초소를 만들어 망을 봤다는 망골(거림 저수지 위쪽), 대비를 모셨던 대비장 안치봉, 조정에서 토벌군이 오나 해서 호를 파고 망을 봤다는 육지와 가까운 호망골(아사마을), 세금 등을 관장하며 고려 도읍의 관문 역할을 한 려관곡, 공주가 손수 물을 길어 마셨다는 공주샘이 있고 의종이 죽자 신하들이 묻힌 고려무덤도 있다. 복위를 위해 무기를 생산하던 곳으로 철문을 막아놓고 외인 출입을 금지한 외인금의 어구마을이 있고 육지와 교역을 한 수역 술역리도 있다.

이 밖에도 전하가 건넜다는 전하도가 있고 왕이 즐겨 먹었다는 민물메기가 서식한 둔덕천이 있다. 의종이 죽고 난 뒤 둔덕에서는 설날 아침에는 차례를 지내지 않고 섣달 그믐날 저녁에 제사를 모신다. 이는 고려왕실의 전통이다. 이런 이야기를 쓴 김현길 시인에게 필자는 갑자기 다음과 같은 임금 면대의 토막극을 연출하고 싶어졌다.

“강희근: 김현길 도승지! 임금을 면대하고 싶으니 아뢰어 주시오./ 도승지: 상감마마 진주땅에서 강희근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겸 문학표절문제연구소장 겸 경상대 명예교수가 입시이옵니다./ 의종: 에잇 무슨 직함이 그리 어지럽단 말이냐. 한 마디로 줄이거라./ 김현길: 예 시인 강희근이 입시이옵니다./ 의종: 시인이면 ‘내 님을 그리사와 우니다니 산 접동새 이슷하요이다’라는 시를 외울 줄 아느냐고 물어보렸다./ 강희근: 도승지, 바로 외울 수 있다고 이르시오./ 김현길: 바로 줄줄 외울 수 있다고 하옵니다./ 의종: 그렇다면 들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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