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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64> 전남 여수 금오도호젓한 비렁길 따라 영화 속 주인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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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3  21: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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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도 비렁길


전남 여수에서 제일 큰 섬 금오도는 그냥 섬으로 남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작은 염원으로 육지와 연결되지 않았고, 큰 금빛의 거북이를 닮았다고 하여 금오도라 부른다. 면적 26.999km2에 해안선의 길이는 64.5km로 1500여명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1885년 민간인 입주가 허용되자 화정면 개도에서 살던 김해김씨 익지 부부가 처음으로 건너와 정착하였으며, 3~4년 후에 성주배씨 남평문씨 전주이씨 나주나씨 등이 입주하여 숯을 굽고 땅을 일구어 마을이 형성되었다. 대대산 줄기 끝 부분이 용의 머리와 같이 생겼다 하여 용두라는 지명이 있고, 아름다운 해안선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아홉 골짜기의 절경을 만들었다고 하여 이런 절경을 상징하는 함구미라는 마을도 있다.

여수에서 금오도로 가는 뱃길은 여수여객선터미널 백야도선착장 돌산 신기항 등에서 만날 수 있는데, 우리는 접근성이 좋고 승선거리도 적당한 백야도선착장에서 10:20에 수속 출발, 10:50에 함구미선착장에 도착하여 간단한 코스안내와 일정을 소개 받은 후 비렁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사투리로 아름다운 바다 풍광을 배경으로 떠 있는 섬 금오도 해안가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따라 조성된 8.5㎞의 벼랑길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비롯되었는데, 남해안의 리아스식 해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해안단구의 벼랑을 따라 조성되었기에 그 이름을 비렁길이라 부르게 되었다.

 
   
▲ 함구미 선착장


순수했던 스무 살 시절의 첫사랑을 느끼게 하는 금오도는 거리악사 윤이 기타를 치는 멋진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진 신지끼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인어공주, 미역널방과 같은 수려한 절경을 배경으로 사극과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화를 흥미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그린 영화 혈의 누 등 많은 영화의 촬영지가 될 정도로 아름다워 호젓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자연 그대로를 잘 보존한 채 개발한 비렁길은 총 5개 코스와 종주코스로 나눌 수 있으며, 총연장 18.5km를 완주하려면 8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므로 함구미에서 트레킹을 시작하여 1, 2코스만 완주하고 직포에서 배에 올라 돌아오는 일정으로 진행했다.

비렁길이 시작되는 함구미 선착장 방파제 주변에는 여행객들이 몰려 웅성거린다. 무슨 구경거리가 있나 싶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보니 할머니 한 분이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고 있다. 썰물로 물이 빠지자 방파제 안에는 작은 물웅덩이가 생기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웅덩이에 갇혀 독 안에 든 물고기 신세가 된 것을 할머니는 양동이에 그저 주워 담기만 한다. 할머니 손길을 피해 달아나는 숭어들이 힘껏 내달려봐야 물 빠진 갯벌뿐이니 따라 나온 손녀도 맨손으로 숭어를 잡는 원시어로의 장면을 볼 수 있는 것도 금오도 여행의 백미이다.

 
   
▲ 미역널방


1코스 : 함구미 → 미역널방 → 송광사절터 → 신선대 → 두포 (5km / 2시간)

청라담장을 지나 본격적으로 비렁길 트레킹을 시작했다. 1코스의 주요 포인트는 용두바위와 미역널방, 송광사 절터, 신선대 등을 꼽을 수 있는데, 밭길을 넓혀 만든 비렁길을 지나면 지형이 용머리처럼 생긴 용두바위가 나타나며 여기에서 고흥반도의 나로도 우주센터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우주로켓발사장면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명소로 트레킹을 시작하여 2㎞가량 걷다 땀을 식힐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용두바위에서부터 옛날 어부들이 미역을 널었다는 수천 길 낭떠러지 위의 넓은 바위인 미역널방 등 일부 구간은 나무 펜스를 설치하여 안전을 도모해주는데, 그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내려다보면 아찔아찔할 정도의 높고 가파른 벼랑이 눈에 들어와 색다른 스릴도 느낄 수 있다.

데크길을 따라 숲 바다 해안절벽 등의 비경을 만끽하며 수달피비렁전망대를 지나면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세운 송광사라는 전설의 절터에 이른다. 지눌은 좋은 절터를 찾기 위해 새 세 마리를 날려 보내어 한 마리는 순천송광사의 국사전, 다른 한 마리는 고흥 금산의 송광암, 마지막 한 마리는 금오도의 이곳으로 날아왔다는 전설이 있어 이를 삼송광이라고도 한다. 절터와 초분을 지나 함께한 분들이 맛있게 준비한 도시락을 먹었지만 금오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방풍자장면 방풍서대회무침 방풍해물파전 방풍전복칼국수 등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방풍전복칼국수를 맛보았다.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신선이 놀다 갔다는 신선대를 지나면서 남은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을 알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 방풍

   
▲ 두포마을

2코스 : 두포 → 굴등전망대 → 촛대바위 → 직포(3.5km / 1시간 30분)

이곳에서 재배되는 방풍을 많이 드신 덕에 여기 어르신들은 뇌졸중 환자가 거의 없다고 알려져 방풍은 더 관심을 끈다. 먼 옛날 진시황의 명을 받고 남도의 섬들을 뒤지던 사신들이 불로초로 여기며 가져갔다는 방풍. 따뜻한 성질에 맛은 달고 매우면서 독이 없어 36가지 풍증을 치료하며 5장을 좋게 하고 맥풍을 몰아내며, 어지럼증과 통풍 및 눈에 핏자국이 서고 눈물이 나는 것을 비롯하여 온몸의 뼈마디가 아프고 저린 것 등을 치료하고 식은땀을 멎게 하여 정신을 안정시킬 수 있다니, 봄이면 계절음식 중 하나로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 촛대바위


바다를 껴안은 듯한 두포마을 지나고, 잠시 바다를 숨겼던 설대숲길을 돌아보며 오르막길을 올라 1.7km정도 가다보면 바다전망이 일품인 굴등전망대가 나온다. 굴등은 절벽위에 형성된 독특한 마을인데 창창한 바다를 온몸으로 마주하는 전망은 뭐라고 표현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낮에 보는 경치도 황홀하지만 밤에는 나그네를 몽환에 빠뜨릴 정도로 달빛과 별빛이 아름답다니 언제 그 몽환을 느껴볼 수 있는 날을 만들고 싶다. 굴등전망대를 지나면 마치 삿갓을 쓴 듯한 촛대바위가 나타나는데 촛대바위는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했던 곳이란다. 조금 더 걸어 해수욕장과 300년 된 노거수를 비롯한 해송들이 반기는 직포에 도착했다.
 
   
▲ 직포항에서 낚시로 올린 도다리


직포마을에 도착할 쯤에 비렁길에서 쏟아져 나오는 우리를 외면하고 여객선은 출발해 버렸으니 이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시작부터 너무 많이 즐긴 여유와 좋은 경치에 젖어 먹거리도 생각 못했는데 억지로 멋진 기회를 잡았다고나 할까? 선착장 주변을 기웃거려보니 방풍서대회무침을 만들어내는 집이 있다. 한 접시 주문하여 향긋한 방풍향을 느끼며 서대회무침의 칼칼한 진맛을 간직하고 인심 좋은 아지매한테 밥 한 공기 얻어 남은 양념으로 쓱쓱 비벼 저녁식사까지 해결하고는 돌아오는 뱃길에 또 다른 달콤한 꿈을 꾸며 금오도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방풍서대회무침
방풍서대회무침
직포마을 노거수
직포마을 노거수
   
▲ 방풍전복 칼국수

해안절벽
해안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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