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친환경농업과 레몬시장
[농업이야기] 친환경농업과 레몬시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06.2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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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석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 박길석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30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열기로 상큼한 것이 먹고 싶은 계절이다.

오래전 ‘여자들은 여름이면 상큼한 것을 먹고 싶다’는 어느 음료회사의 레몬 광고도 있었던 것처럼 상큼함의 대명사로 레몬을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레몬은 우리에게는 익숙한 과일 이름이지만, 영어권에서는 ‘불량품’ 또는 ‘시시하거나 보잘 것 없는 사람이나 물건’을 의미한다.

우리 농업에도 레몬시장이라는 것이 있다. 레몬시장이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하여 좋은 상품이 거래되지 않고, 좋지 않은 상품만 거래되는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즉 잘 익은 레몬이 겉보기는 깔끔하지만, 속은 시큼한 맛이 나는 상반된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유기농 재배나 무농약 재배를 하는 친환경농업의 경우 그 정도가 심각하다. 안전하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생산하는 농업인은 제대로 된 가치를 받고 판매하기를 희망한다. 반면에 안전한 농산물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어느 농산물이 최상의 친환경농산물인지 알지 못한다. 즉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한 농업인과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이로 인하여 소비자는 상품과 하품의 중간정도 가격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입하고자 한다. 이렇게 되면 최상품의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은 생산의욕을 잃게 되어 친환경농산물 시장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된다. 소비자도 결국 최상의 상품이 아닌 중간정도나 혹은 그 이하의 상품을 구매하게 됨으로써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지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는 ‘레몬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레몬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산자는 농산물의 품질에 대하여 의심하고 있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다. 현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우리 국민 대부분이 온라인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생산자가 생산에 전념하는 것 외에도 자신의 정보를 꾸준히 알리는 수고로움을 필요로 하지만,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도 어떤 농산물이 최상의 상품인지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을 거쳐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생산자가 안전 농산물 생산과 관련된 신호를 적절하게 보내고, 소비자도 다양한 탐색행위를 통하여 구입한다면 최상위의 친환경농산물이 생산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국가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이라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검증된 상품만이 친환경매장에서 팔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즉 친환경농산물은 안전하다는 보증을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자는 도덕적 해이를 범하지 말아야 하고, 소비자는 착한 소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친환경농산물 시장이 형성된다.
/박길석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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