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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김정한의 '수라도'고통의 삶 속 이상향의 꿈을 그려보는 문학기행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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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7  21: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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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산강 베랑길 안내판.


◇요산 선생이 살다 가신 수라도는 어딜까?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바라보면 희극이다’라고 했다. 어느 시대할 것 없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행복보다는 아픔이 더 많은 곳이다. 인간은 누구나 크고 작은 아픔 하나씩은 가슴속 깊이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곁에서 지켜보지 않고 멀리서 그 사람을 바라볼 때는 그저 행복하고 아름답게 보일 때가 많다. 수많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이 현실이, 어쩌면 요산 선생이 말한 수라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볼 때가 많다. 요산 김정한의 ‘수라도’에서 말하는 수라도는 과연 무엇을 뜻할까? 고해(苦海)의 세상인 수라도를 어떻게 하면 모두가 꿈꾸는 이상향인 샹그릴라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하는 화두를 품고서 문학기행을 떠났다.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 힐링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 문학작품 속에 나오는 공간을 찾아가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건네고자 한 속마음을 헤아림과 함께 일상에 안주하는 우리들을 깨어나게 하는 계기를 가져 보는 것도 무척 소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양산시립박물관과 (재)한반도문화재연구원 공동 주관으로 역사와 문학현장을 답사하기 위한 요산 김정한 선생의 ‘수라도’ 배경무대인 용화사와 화제리 문학기행을 양산시민 35명과 함께 다녀왔다.

 
   
▲ 소설 속 미륵님인 용화사의 석조여래좌상.



◇수라도와 미륵세계

허진사댁으로 시집온 가야부인, 시할아버지 허진사는 만주에 가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유골이 되어 돌아오고 시아버지 오봉 선생은 곧은 선비로서 대쪽 같은 성품을 가지고 살아가다 불온한 시를 썼다는 죄명으로 일경에 붙잡혀 구금되었다 풀려나지만 고문과 옥고의 후유증으로 죽는다. 3·1운동에 가담한 시숙은 왜놈들의 총칼에 생죽음을 당한다. 시어머니도 둘째자식을 잃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되어 시나브로 말라가고 시집간 고명딸 또한 괴질로 죽는다. 이처럼 허진사 집안 4대의 수난사를 겪는 가야부인은 허진사의 입젯날 제삿장을 봐 오다가 우연히 땅에 묻힌 돌부처(미륵님)를 발견하고, 그곳에다 사위의 도움을 받아 절을 짓는다. 대동아전쟁 때 친정에서 데려와 양딸처럼 길러온 식모 옥이에게 정신대 징용 영장이 나오자 홀로 된 사위가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옥이와 결혼하여 옥이를 구한다. 해방이 되자 가야부인의 자손들은 큰 벼슬을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친일파가 득세를 하고 막내아들은 이를 비관하여 반거충이가 되고 가야부인은 막내아들을 찾으면서 눈을 감는다.

 

   
▲ 용화사 안에 있는 수라도 문학비.


‘수라도’의 주요 배경 무대가 되는 곳이 용화사와 화제리이다. 물금취수장에서 출발한 일행은 용화사부터 찾았다. 작품 속 미륵님이 계시는 곳이다. 용화사로 가는 취수장 담장에는 푸른색과 녹색 2가지의 단조로운 색채로 벽화를 그려 놓았다. 복잡한 색을 다 물리치고 생명의 근원인 물과 숲의 색으로만 채색해 놓은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지천으로 핀 쥐똥나무꽃 향이 빗속을 걷는 우리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용화사 경내에 들어서면 우선 눈앞에 들어오는 것이 반원으로 된 독특한 모양의 수라도 문학비다. 소설 ‘수라도’는 아수라와 같은 시대적 혼란을 헤쳐가는 가야부인을 통해 유교와 불교의 조화, 신분을 뛰어넘은 인간애, 남녀평등 실천 등을 구현하고자 했던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매우 궁금하게 여겼던 미륵님을 모셔 놓은 법당으로 들어가 참배를 드리고 한참 동안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미륵님인 석조여래좌상을 바라보았다. 광배의 뒷면에는 하늘에서 하강하는 천인상 2구가 새겨져 있었는데 부처님의 자비로운 미소보다는 일제시대 억압받는 조선 백성들을 구원하고 일제를 꾸짖어 주려는 듯 강인하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세상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와 ‘아수라’를 마음속에 지니고 사는 사람들을 향해 일갈하려는 표정은 아닐까? 이 석불은 김해 상동면 감로사에 있던 불상인데 일제시대 왜인이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옮기다가 낙동강변에 버려둔 걸 소설 속에서는 가야부인이 발견해서 이곳에 모시기 위해 미륵당을 지었다고 한다.

용화사 경내를 둘러본 뒤 낙동강 물 위에 나무데크로 만들어 놓은 자전거길을 따라 걸어갔다. 물금물문화전시관을 지나 조선 고종때 제방을 만들어서 낙동강 물의 범람을 막아준 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동래부사 정현덕의 영세불망비와 경파대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가 되돌아왔다. 강물 위에 만들어 놓은 자전거길과 팔을 뻗으면 닿을 듯 지나가는 기차들이 매우 이색적이었다. 지난번 사전답사 때는 평일이었는데도 자전거 동호인들이 붐벼서 데크길을 지나가기가 힘들었는데 문학답사 당일은 비가 와서 그런지 자전거 타는 사람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강물 위에 설치해 놓은 나무데크 자전거길, 마치 물 위에 공중부양한 것처럼 떠 있는 환상적인 풍경이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다. 다음번에 다시 양산을 찾는다면 자전거를 빌려서라도 낙동강과 경부선 철도 사이에 난 자전거길을 꼭 한 번 타보고 싶다.


 

   
▲ 임경대에서 바라본 낙동강(황산강).


요산 선생은 동래에서 태어나셨다. 이곳 양산 원동면 화제리는 처가가 있는 곳이다. ‘수라도’의 공간적 배경이 된 곳은 처가 마을인 화제리와 주변 마을을 문학 현장의 주무대로 삼았는데 오봉 선생댁은 명언마을에 있고 대밭각단은 죽전(竹田)마을에 위치하며 냉거랑다리는 화제교이고 태고나루터는 토교마을 근처에 있다. 이처럼 작품 속에 등장하는 지명들은 모두가 실제 이름과 일치할 뿐만 아니라 마을의 위치마저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해 놓고 있다. 소설 속의 지명을 떠올리며 가다보면 마치 외갓집을 찾아가는 것처럼 포근한 느낌과 함께 그 모습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2014년 봄, 1박 2일에서 ‘봄꽃기차여행’이란 주제로 원동역, 순매원, 영포마을을 촬영, 방송한 이후에 봄이면 매화를 감상하러 오는 상춘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걸으면서 사색도 하고 작품 속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문학기행을 하려면 매화축제를 하는 시기를 피해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라도, 불교에서 악마들이 살고 있는 곳을 ‘아수라(阿修羅)’, ‘수라도’라고 하는데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곳이 수라도이기도 하고 샹그릴라일지도 모른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현실인 수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한 걸음 물러나 현실을 바라보면서 수많은 아픔이 도사린 수라도를 행복하고 아름다운 천국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이 곧 힐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박종현(시인·경남과학기술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스토리텔링1
낙동강 위 나무데크로 만들어 놓은 자전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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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혜
수라도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는길..

한걸음 뒤로 물러나거나
잠시 눈을 감아보는일
잠시 귀를 당아보는일

작은 것들로도 샹그릴라를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해봅니다. 수라도와 샹글리나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6-28 14: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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