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정치, 국민을 얼마나 이롭게 하고 있는가 ?’
[경일시론] ‘정치, 국민을 얼마나 이롭게 하고 있는가 ?’
  • 경남일보
  • 승인 2016.06.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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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막말과 분노의 정치가 세계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경제가 위축되고, 삶의 조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영국의 선택에 대한 분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영국 내에선 이번 국민투표가 포퓰리즘에 영합한 3류정치 산물이란 비판에서부터 나라 미래를 좌우할 문제를 직접민주주의 수단인 국민투표로 결정한 것이 합당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현실에 대한 분노로 불타는 민심에 이념과 정책을 넘어선 분노의 정치가 지구촌 곳곳에 확산되고 있다. ‘범죄자들의 시체를 빨랫줄에 널어버리겠다’는 민주 필리핀당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필리핀 대선 압승, 막말을 계속해온 도널드 트럼프가 미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사실 등이 이를 잘 나타내 주는 것들이다.



‘분노와 막말 정치’, 모두가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극화, 장기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과 중산층 붕괴 등을 막말 정치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밖이나 외곽에 있던 인사들이 여기에 불만을 느끼고 유권자를 막말로 자극해 기성 정치의 틀을 무너뜨리는데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민주주의 작동원리가 취약한 한국정치에 어떤 형태로든 파고들 수 있다는 개연성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안을 포퓰리즘적 국민투표나 의제 제시로 정치적 입지를 유리하게 하는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현실 진단은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세계관이나 개인이 처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치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은 중요하다.

한국정치를 읽을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두 개의 정치적 기반과 상징자산이 있다. 하나는 근대화·경제개발·반공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화·경제개혁·남북대화로 대표되는 정치적 기반이다. 이 외에 다른 정치적 기반과 자산이 없다는 것은 제3의 정치세력이 자리잡을 공간이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가 이제는 보수와 진보라는 패러다임으로 한국정치를 가늠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라는 패러다임은 정치개선이라는 당위성에는 자각과 자성을 거의 주지 못하고 있다. 인간사회의 세속적 기제는 ‘돈, 명예, 권력’이다. 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중심에 정치가 큰 틀을 제공해야 하고, 이것은 ‘수고하는 인간’, ‘생산하는 인간’, ‘의미를 소통하는 인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의 자정능력과 자성의 문제는 ‘정치가 국민을 얼마나 이롭게 하고 있는가’라는 사고의 패러다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싹트고 있는 포퓰리즘, 싹 잘라야

이 시점, 한국정치의 과제는 막 싹트기 시작하는 포퓰리즘의 싹을 자르는 일이다. 세계정치가 ‘분노의 역류’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향후 도래할 정치적 낭패를 줄이는 일은 그 중심에 ‘정치가 국민을 얼마나 이롭게 하고 있는가’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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