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라 말하자
내 탓이라 말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16.06.28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곤 (의령군 기획감사실장·시인)
김영곤

사람이든 동물이든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다 본연의 역할이 있다. 그런데 종종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면 평소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던 것이 순간 정지되든가 아니면 영영 고장 나 버리고 만다. 언필칭 이야기 하나를 보자. 어느 날 우리 몸의 눈과 입과 손이 의기투합하여 배를 곱씹기 시작했다. 눈과 입과 손의 입장에서 볼 때 자기들은 날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내어 입으로 잘게 부수어 배에게 건네주면 배는 그냥 하는 일 없이 받아 먹고 포만감에 젖어 논다는 것이 불만의 요지였다. 셋은 논의 끝에 배에게 아예 음식물을 주지 않기로 결정해 버렸다.

그후 눈은 점점 게슴츠레해지고 입은 바짝 타들어 갔으며 손은 힘없이 축 늘어졌다. 그때 배는 눈·입·손 셋에게 정중하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볼 때 내가 매일 하는 일 없이 주는 음식이나 받아 먹고 노는 줄 알지만 너희들이 열심히 잘 살 수 있도록 쉴새없이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 그 영양분을 주었는데 이제야 알겠느냐는 것이었다. 그제야 눈과 입과 손은 배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고, 다시 맛있는 음식을 찾아내어 잘게 씹어 배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주지하듯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나 아닌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은 눈과 입과 손 그리고 배처럼 함께 살아야 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망각하고 독불장군식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로지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남을 헐뜯고 비방하는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전자의 눈과 입과 손처럼 자기만 최고이지 다른 사람은 별것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말처럼 곧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란 것이다. 대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모든 가치 기준을 자기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매사 내 탓은커녕 남의 탓만 하게 된다. 스스로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기 때문에 오로지 눈앞의 현상에만 급급하게 된다.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는 사람이다. 세상사 더불어 잘 사는 비결은 스스로 뒤를 돌아보고 함께 앞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것은 비좁은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 후진시켜 주차해야 나올 때 수월한 원리와 같은 것이다.

 

김영곤 (의령군 기획감사실장·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