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아름다운 벽면녹화의 상징, 능소화
[경일포럼] 아름다운 벽면녹화의 상징, 능소화
  • 경남일보
  • 승인 2016.06.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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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곳곳에 능소화가 한창이다. 담벼락이며 나무기둥, 울타리 위로 흐드러지게 발갛고 오렌지빛깔의 아름다운 꽃이 주렁주렁 열렸다. 나팔꽃보다 큰 능소화 꽃들은 호른이나 트럼펫 마냥 즐거운 소리를 울려 퍼트리는 것 같다. 이처럼 거리를 지나며 담벼락이나 울타리 기둥이나 벽을 타고 오르며 환한 꽃을 피운 것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능소화, 이름을 풀어보면 업신여길 능, 하늘 소, 꽃 화. 하늘을 업신여기는 꽃이란 뜻이 된다. 하늘까지 업신여길 수 있는 꽃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꽃이란 말인가. 옛날부터 능소화는 양반들의 꽃이라 불렀고, 특히 장원급제를 한 어사의 화관에 장식했다 하여 어사화라고도 불렸다. 지식인들의 표상과도 같은 꽃이었던 것이다. 기세와 자세만큼은 하늘을 향해 꼿꼿하여 누구에게 질 만한 꽃이 아니다.

진주에서 사천으로 가는 대로변에는 잘 알려진 냉면집 건물이 있다. 수십 년 전부터 그 집은 능소화집으로 명성이 자자했었다. 해마다 요맘때면 대로를 지나는 운전자들이 한 번 쯤 차창 밖을 내다보며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건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다시 그 대로변을 지나가며 여기쯤인데, 능소화 흐드러진 건물을 찾아보려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콘크리트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건물만 보였다. 얼마나 황당하고 멍한지. 건물은 마치 아름다운 옷을 벗긴 채 예쁘지도 않은 알몸을 드러내고 ‘나 잘났지’ 하는 듯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명품건물을 하품 건물로 바꾸어놓은 것이다.

덩굴 등이 건물에 부착함으로써 벽면은 부착근에 의해 손상되거나 습기가 차거나 실내 결로의 원인이 되는 등 부정적인 면이 일부분 염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능소화나 담쟁이덩굴 등 식물을 이용해 벽면을 녹화하는 것은 단점보다 여러 가지 장점이 더 많다. 낡고 딱딱한 건물의 차폐 및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는 효과가 있고, 벽면으로부터의 반사광을 방지해 도로변의 경우에는 운전자의 눈부심이나 안전에 효과적이다. 더구나 벽면을 녹화함으로써 직사광 및 온도차를 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건축물 표면의 균열을 방지하고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한다. 더욱이 지구온난화로 한여름 푹푹 찌는 여름에는 벽면을 피복한 벽면식물들로 인해 실내와 밖의 온도 차이를 약 3도까지 낮출 수 있어 한 여름 실내온도를 낮춤으로써 냉방전기절약이나 에너지 절약에 효과적이기도 하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는 건축물 표면을 비롯해서 콘크리트블록담, 돌담, 방음벽, 댐의 콘크리트 옹벽 등은 경관적으로 보기 흉할 뿐만 아니라 열과 빛을 반사해서 쾌적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1998년 환경부에서는 ‘도시건축물입면녹화지침’을 발간해 이러한 곳들의 벽면을 녹화함으로써 도시의 쾌적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자 했다. 정책적으로도 벽면을 녹화해서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쾌적함을 느끼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점점 더워지는 시기가 다가올수록 필자는 그때 그 건물의 벽면을 아름답게 장식한 능소화를 기억한다. 벽면녹화의 모범이 되었던 그곳의 능소화가 사라진 것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경관은 하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나 그것들을 없애는 것은 하루에 할 수 있다는 교훈도 말이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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