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최소한 하동군 만큼은
[경일시론] 최소한 하동군 만큼은
  • 경남일보
  • 승인 2016.07.0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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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하동은 어디를 가든 대하소설이 펼쳐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야깃거리가 많고 풍광이 뛰어나다. 화개장터는 노래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김동리의 단편소설 ‘역마’의 주무대로 유명하다. 3대에 걸쳐 사생아인 ‘화자와 성기’ 모녀의 역마살은 지금도 장터 입구에 있는 선술집 ‘화자’에 그대로 묻어있는 듯하고 최참판댁에는 소설 ‘토지’속 서희가 식솔들을 호령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래로 악양들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 섬진강에는 황포돛대를 달고 멀리 중국과 한양을 오가던 배들이 보이는 듯하다.

얼마 전 토지문학관이 문을 열었고 이곳이 고향인 소설 지리산과 산하의 작가 이병주문학관도 있다. 최치원이 극찬하고 중국의 시진평 주석도 자주 인용한 절경이 하동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하동을 찾는다. 우리나라 어느 곳이 역사적 유래나 전통, 문화적 유산이 하동만 못하겠냐만 그중 하동이 널리 알려진 것은 하동을 노래하고 주제로 글을 많이 써 홍보가 잘됐기 때문이다. 하동의 ‘네이밍’은 특별하다. ‘슬로시티 하동’, ‘문학수도 하동’, ‘알프스 하동’, ‘왕의 녹차’는 모두 하동을 널리 알리고 관광객들을 모으기 위한 홍보전략이다. 하동군의 홍보전략은 일찍이 이 같은 ‘네이밍’을 특허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소설 ‘역마’를 연극으로 공연해 시선을 끌었고 ‘최참판댁 경사났네’는 마당극으로 연출돼 하동군의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누구든 하동을 연상하면 섬진강과 벚굴, 재첩에 하동녹차. 참게를 쉽게 연상하고 천연고찰과 지리산을 끼고 있는 문화유적, 청학동, 최참판댁과 화개장터를 떠올린다. 뛰어난 ‘네이밍’과 홍보전략 덕분이다.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이 풍부해 가는 곳마다 이 고장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린다.

대통령이 올 여름휴가는 국내에서 보낼 것을 권장하고 나섰다. 정부가 솔선하고 국가기관이 뒤따르도록 요구하고 나선 것을 보면 불경기를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경남도는 도내 31곳을 휴가지로 권장하고 널리 홍보할 것을 지시했다. 모든 지자체가 뒤늦게 관광객 맞기에 나서고 있으나 특화된 준비로 특수를 누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동군처럼 준비된 관광전략이 있는 곳과 달리 스토리텔링이 없고 지역을 특화한 ‘네이밍’이 없는 지자체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진주시도 다르지 않다. 천년고도이면서 많은 관광자원을 갖고 있지만 이를 엮고 스토리텔링하는 작업, 문학적 접근, 홍보를 위한 ‘네이밍’, 관광전략은 매우 부족하다. 개천예술제와 유등축제 등으로 이벤트화된 관광보다는 상시적 체제가 더욱 요구된다. 진주성싸움을 극화하고 그 전쟁사적 가치를 표현하는 대하소설, 유적지의 유산을 역사적 시선으로 바라본 재평가 등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계기가 된다. 화개장터에서 전통약초를 구입한 다음 최참판댁을 거쳐 섬진강을 둘러보고 참게탕이나 재첩국으로 요기를 한 후 토지문학관과 이병주문학관을 거쳐 남해안 관광을 한다는 휴가계획을 세울 수 있는 구체적 관광정책이 절실하다. 아니면 휴가 전에 지역을 엮어 관광코스를 상품화하고 이를 각 지자체가 공동으로 홍보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국내에서 휴가보내기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준비가 안되고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용능력 부족도 문제이다. 차라리 올 겨울휴가나 연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추억에 남는 휴가를 선사할 내용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하동군만큼은 준비돼야 할 것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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