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발연기
아픈 척, 무심한 척, 휠체어에 올라앉아
왼 다리 늘어뜨리고 명연기 펼쳐 봐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아직은 발연기인가 보다
-제민숙(시인)
발연기란 2000년대 이후, 검증되지 않은 연기력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진출한 아이돌(idol)들의 연기가 마치 발로 하는 것처럼 어설프게 또는 어색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신조어다. 어이없어 할 정도로 성의가 보이지 않은 행동을 두고 비아냥거릴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평생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사람으로 주위에 비쳐졌는지도 모른다. 아프면 안 될 사람처럼 살아왔기에, 잠시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는지도 모른다. 아픈 표현을 제대로 해보지 못해 어설플 수밖에 없었던 당신. 휠체어를 보는 순간 수많은 당신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슬며시 당신에게 묻는다. 아픈 기색의 고양이를 매체삼아 혹 당신의 현재를 헤아려 주기를 바람은 아닌지. 부디 평안을 비나니…./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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