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의미
소통의 의미
  • 경남일보
  • 승인 2016.07.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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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의령군 기획감사실장·시인)
김영곤

요즘 정가나 관가 등에서 수시로 회자되는 단어 하나를 들자면 아마 소통일 것이다. 여기서의 소통은 의사소통의 줄임말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특히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통의 부재는 곧장 오해의 불씨가 되기 십상이고, 잘못 이해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뜬금없지만 일화 하나를 들겠다. 어느 날 모 사찰에서 수행 중이던 한 스님에게 큰 공부를 하고 싶은 어느 문도가 찾아와 스님이 열심히 읽고 있던 책에 대해 물었다. 그랬더니 대뜸 이 책은 아무에게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절대로 말해줄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그 말을 듣게 된 문도는 그 책이 더더욱 궁금했지만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랬던 스님이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잠시 볼일이 있다며 읽던 책을 문도 앞에 펼쳐 놓은 채 슬그머니 자리를 뜬 것이다. 과연 이후의 문도 행동이 어떠해야 올바른 소통인가. 전혀 보여줄 수 없다던 책을 펼쳐 둔 채 자리를 떠난 스님과 문도 사이의 소통은 무엇인가.

필자의 판단으로는 스님이 말하지 않고 자리를 뜬 이유는 문도 스스로 알아서 한 번 슬쩍 읽어 보라는 의미의 소통으로 이해된다. 그것은 바로 소통이 반드시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기에 그렇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흔히 경상도 남자들은 타 지역 남자들보다 무뚝뚝해 자기 아내에게조차 사랑한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 이런 말을 들은 경상도 남자라면 한번쯤 ‘꼭 말로 해야 아나’하고 어쩜 항변같은 한 마디를 내뱉음직하다. 여기서의 소통은 말이 아닌 표정이나 몸짓으로도 알 수 있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 그러나 표정이나 몸짓의 의사표현은 자칫 전달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실제로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웰링턴이 이끄는 영국군이 유인책으로 후퇴하자 길 안내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는데도 전진의 의미로 해석해 병사들을 막다른 사지로 몰아넣어 패전한 기록이 있다. 이처럼 소통은 어쩌면 말보다 표정과 몸짓같은 표현의 소통이 더 중요한지 모른다. 그것은 화난 얼굴로 상대방에게 사과한다고 말하면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의 소통인지 금방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김영곤 (의령군 기획감사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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