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국회의원과 성희롱·성추행 예방교육
[경일시론] 국회의원과 성희롱·성추행 예방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6.07.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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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연일 신문에서 성희롱·성추행 관련 기사가 빠지는 날이 없다. 성희롱·성추행 관련 범죄는 인권존중이 없는 상태에서 남성이 강압적으로 여성이나 어린 아이들의 인격을 무너뜨리는 대표적인 성적 범죄행동이다. 그런데 최근 한 국회의원이 학교경찰관이 학교 여고생에게 성적으로 접근한 범죄행동을 가지고 “여학교에 잘생긴 남자경찰을 배치한 게 문제”라는 기막힌 발언을 해서 공분을 사고 있다.

국회의원이 누구인가. 국민의 신임으로 당선돼 누구보다 열심히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위해 몸 바쳐 봉사하고 그 대가로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마치 자신은 이런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는 사회적 상황에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처럼 제도만 탓하고 있다. 더구나 성희롱·성추행 사건에 대한 인식이 평소에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현저히 보여주는 말들을 내뱉고 있다.

문제의 이 국회의원은 “여학교에 잘생긴 남자경찰관을, 남학교에는 예쁜 여자경찰관을 배치하면서 예견됐던 사태”라는 기가 막힌 말을 해서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이 심히 의심스럽다. 이 문제가 어디 경찰관이 잘생기고 못생긴 외모의 문제인가. 학교전담 경찰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나이 어린 여학생을 성적으로 추행하고 성폭행한 사건이 아닌가. 사건의 핵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기존의 남성위주의 사고방식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일까.

정상적인 학교전담 경찰관이라면 나이 어린 학생들을 보호하고 선도해야 할 입장이지, 그 지위를 이용해서 여학생을 유혹해 한 아이의 인생을 망쳐 놓아서 될 일인가. 모든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인 남성으로부터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 더구나 미성년자인 학생 신분일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 임무의 첫 단계로서 성희롱·성추행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을 것을 제안한다. 여성가족부에서 나온 성희롱·성추행 예방교육을 기본만 받았더라도 그렇게 무지한 말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요즘 국립대학에서는 신임교수를 뽑으면 신임교수 연수 때에 이수해야 할 기본적인 프로그램 속에 성희롱·성추행 예방교육을 하고 서로 토의하는 시간을 가진다. 대학교수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앞으로 만날 대학생에 대한 성희롱·성추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성희롱에는 신체적인 성희롱뿐만 아니라 언어적 성희롱도 있기 때문에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언어사용에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필자가 이 교육을 몇 번 담당한 결과, 신임교수들에게 굉장히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대부분의 신임교수들은 이 시간을 통해 성희롱·성추행에 해당되는 사항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원들도 첫 임무수행에 앞서 성희롱·성추행 예방교육을 받고 업무를 시작해야만 본인은 물론 타인들의 인권피해에도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아무쪼록 국회는 앞으로 모든 국회의원들에게도 성희롱·성추행 예방교육을 필수교육 과정으로 넣기를 제안한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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