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장단 뽑기 '깜깜·막막·황당'
지방의회 의장단 뽑기 '깜깜·막막·황당'
  • 김영훈
  • 승인 2016.07.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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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막말 욕설 혈지장 각서…막장선거 망신살
경남 18개 시·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구성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를 보면 새누리당 텃밭으로 여겨져 온 경남에서 야권과 무소속이 약진을 보이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또 일부 의회 선거 과정에서는 의장 나눠먹기 담합, 막말 및 욕설 등 구태가 그대로 드러나 기초의회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교황식·깜깜이 의장단 선거가 아닌 후보 등록제 등 공개적이고 투명한 선출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텃밭 ‘옛말’

도내 시·군의회는 대다수가 새누리당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의장단 선거를 보면 의장과 부의장에 야권이 대거 약진했다.

도내 18개 시·군 중 아직 의장단을 선출하지 못한 사천시와 거창군을 제외한 16개 의회 중 창원, 통영, 함안, 창녕 등 4곳에서 야권 의원이 의장에 이름을 올렸다. 또 창원, 통영, 김해, 밀양, 거제, 양산, 남해 등 7개 의회에서는 야권 후보들이 부의장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창원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투표 결과 무소속 김하용 의원이 전체 43명 의원 가운데 22표를 획득, 21표를 얻은 새누리당 의원을 한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부의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출됐다. 창원시의회 전체 의원 43명 중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27명으로 절반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 후보들의 의장·부의장 당선은 이변이다.

통영시의회도 의장과 부의장 모두 야권이 차지했다. 지난달 29일 선거 결과 의장에 무소속 유정철 의원이, 부의장에 무소속 문성덕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상임위원장 3석(더불어민주당 1석, 무소속 2석)도 야권이 차지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새누리당은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전체 9명 중 8명이 새누리당 소속인 함안군의회에서도 후반기 의장에 무소속 의원이 당선됐다. 지난 4일 치러진 창녕군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도 무소속 의원이 전체 11명의 의원 중 6표를 얻어 선출됐다.

이같은 ‘야권 돌풍’ 현상은 새누리당의 내부 분열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도내 한 시의원은 “지역구별 갈등, 약속 파기 등으로 새누리당 의원들 간 불신이 만연하다”며 “이런 불신감이 조직력을 저해해 야권에 자리를 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감투욕심’ 눈 먼 의회

일부 의회 선거과정에서 의장 나눠먹기 담합, 의원들간 비방·욕설이 난무하면서 지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의령군의회는 지난 4일 새누리당 손호현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낙선한 무소속 A의원이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신뢰와 약속을 지키겠다’는 각서(혈서)를 공개하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각서에 따르면 지난 전반기 의장단 구성시 부터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후반기 의장으로 지정돼 있는 특정후보 지지를 위반할 경우에 2억원을 보상해야한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A의원은 “전반기 의장단 선거 당시 무소속 의원 3명과 자신을 포함한 새누리당 3명 등 6명이 서명에 참가해 자신을 후반기 의장으로 밀어주기로 약속한 뒤 주민등록번호 등 법적효력요건을 갖춘 혈 지장 각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사천시의회는 의장 선출을 놓고 의원들간 격한 대립으로 본회의에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의장 선출이 무산됐다.

지난 4일 사천시의회는 후반기 의장 선출을 위해 1차 투표를 실시한 결과 최종 후보로 나선 김현철 의원과 최용석 의원이 6대 6 동수를 기록해 2차 투표를 할 예정이었지만 2차 투표가 무산됐다. 6명의 시의원들이 잠적해 정족수 7명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 의원 등 비새누리당 6명이 2차 투표에서 동수로 나오면 연장자 우선 원칙에 따라 현 의장인 김 의원이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퇴장했다.

밀양시의회는 후반기 의장에 4선의 새누리당 황인구 의원이 당선됐지만 무소속 의원들의 반란이 합종연횡으로 확전되면서 상처뿐인 의장 선거로 얼룩졌다.

의장 선거 후보로 나선 황인구 의원과 정윤호 의원은 1차 투표에서 각각 6표, 무효 1표가 나와 동수가 됐다. 2차 투표에서 황 의원이 7표, 정 의원이 4표, 무효 2표가 나오면서 황 의원이 당선됐다.

하지만 정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황 당선자는 불과 보름 전에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화합을 위해 전 의장과 황 당선자, 저(정윤호)와 의논 끝에 저를 의장 후보로 결정하면서 수용했다”며 “집행부를 견제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열린 의회 구현에 웃음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공개적인 선출제도 도입 필요

시·군의회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매번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는 이유는 ‘자리 나눠 먹기식’으로 의장단을 뽑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는 의원 중에서 의장과 부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거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세부 선출 방식은 각 의회 재량에 맡기고 있다. 이에 따라 다수당 의원들은 ‘물밑 작업’으로 합의 추대를 위한 교통정리만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자리 나눠 먹기가 이뤄져 도민들은 후보의 자질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도적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공개적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낙범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 방식은 ‘호선’ 방식으로 의원끼리 자체적으로 뽑고 있는데 이 ‘호선’ 방식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며 “자기들끼리 얼렁뚱땅 진행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현재 선출 방식은 주민들이 배제돼 있어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인 방식이 아닌 대외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해야 된다”며 “의장단 선거에 나오는 의원들은 공약을 주민들에게 알려 주민들이 이들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게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김영훈기자 hoo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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