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괴암 김주석 화백과 일제 총독 암살계획
[경일포럼] 괴암 김주석 화백과 일제 총독 암살계획
  • 경남일보
  • 승인 2016.07.1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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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 YMCA 명예총장)
2007년 8월 7일~10월 5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에서는 ‘휴머니즘의 정신, 김주석전’이라는 작고한 지역작가 재조명전이 열렸다. 석파, 괴암으로 불리던 김주석은 미술교사이면서 흑마회의 창립회원으로 1952년부터 지역미술활동을 시작해 마산미술협회 지부장, 경남미술교육연구회 마산지회장, 마산 무학화가회 고문, 중등미술교사 모임인 애동인(愛同人) 창립회장을 지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분이 10대 후반의 학생시절인 일제 말기에 일본총독 암살을 계획했다.

김주석은 1927년 진해 경화동에서 태어났다. 1941년 4월 서울 경성전기학교에 입학한 김주석은 틈틈이 그림을 그리면서 교내뿐만 아니라 서울과 진해를 오가면서 독립운동을 했다. 1942년 6월 학교에서는 일본인 강사의 수업시간에 교탁 위에 비수가 꽂힌 사건이 발생, 동급생들이 단체기합과 체형을 당했다. 그러다가 1943년 1월에 비밀결사조직인 학우동인회(學友同人會)를 조직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1942년 11월, 명치절에 교내에서 열린 기념식 행사에서 있었던 사건이었다.

명치절(明治節)은 일본의 4대 국경일의 하나인데, 메이지유신의 상징인 메이지천황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다. 매년 11월 3일에는 전국에서 기념식을 했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부동자세로 부르면서 천황 생일을 축하했다. 그런데 기념식을 하면서 일본에 충성해야 된다는 내용의 기념사를 하던 중에 학생들이 이를 비웃었다. 40대의 군인 출신인 일본인 교련교관(山下)이 웃은 학생을 색출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가서 협박과 공갈을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교관의 민족차별과 멸시천대에 대하여 분노한 주야간부 학생들은 힘을 합해 야간에 학교건물 2층으로 교관을 유인하고 외투를 덮어씌워서 실컷 두들겨 팼다. 학교에서는 이 사실을 헌병대에 통고했고 상급생 간부 전원과 주동학생들이 연행됐다. 이 사건으로 김주석은 무력투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학우동인회의 발기인은 김창석, 김주석, 전종호, 우순석, 서철홍, 이일전, 이병주, 이춘삼 등 8명이었으며 이 중에서 김창석, 김주석, 우순석, 이춘삼 등 4명이 진해 출신이었다.

항일결사대인 학우동인회는 여러 차례의 토론과정을 거쳐 맹세서와 활동계획을 작성했다. 맹세서에서는 식민지 탄압의 분쇄, 일본 침략주의자 박멸, 조상의 문화전통 사수 등을 맹세했다. 투쟁목표는 8가지인데 첫 번째가 총독 미나미 지로(南次郞) 암살이었다. 그리고 일본정치 고위관리의 암살, 총독부 행정마비, 통신군사시설 파괴, 독립군에 정보제공, 우리말·우리글 고수투쟁, 동포들의 문맹퇴치, 극한적인 사태발생시 해외로 탈출 등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동지였던 이춘삼이 고향인 진해 경화동에서 불심검문에 걸려 헌병대에 연행됨으로써 조직의 실체가 발각돼 창립한 지 1년 만인 1944년 1월에 서울 하숙집에서 전원 체포된다. 모의한 내용을 실행에 옮기기 직전이었다. 김주석이 직접 작성한 자서전에는 감옥생활에 대한 자세한 기록과 함께 다양한 고문종류와 도구를 그려 놓았다. 이때의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했다. 1944년 4월 9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부산형무소 구치소로 넘어갔다가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고 8월 18일에 동료 3명과 함께 석방됐다.

앞으로 결사대 대원으로서의 체험과 고문 후유증이 65년을 산 그의 인생관, 세계관 그리고 1000여점에 이르는 그의 작품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작품론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전점석 (창원 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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