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개인주의가 존중되는 사회
[아침논단] 개인주의가 존중되는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16.07.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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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최근 들어 “우리사회에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표현을 자주 접한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서로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기주의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고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기주의가 만연하게 되면 사회 속에서의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서로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고, 이는 결국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개인주의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이라는 개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전제되는 개념이다. 개인주의는 당연히 사회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무엇보다도 귀중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나 단체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해 주어야 하고, 개인은 사회에 대하여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사회의 부당한 요구나 권리침해에 대하여 단호히 거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개인주의에 기초하여 시민의식이 생성되었고 민주주의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는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회나 단체는 서로 다른 개개인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사회 속에서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될 때 비로소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다.

개인주의를 이기주의와 동일시하여 배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체의 화합과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이를 통해서 무엇인가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다. 어떠한 정당한 요구라도 이를 이기주의라고 평가해버리면 그 요구를 묵살하기는 쉬워진다. 그러나 본질적인 가치를 묵살함으로써 유지되는 집단이라면 과연 그 집단이 건전하게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개인과 집단과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집단과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대학교의 경우 대부분 시민들에게 대학교정뿐만 아니라 도서관도 개방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동차 통행까지 개방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대학내 통과차량의 증가로 인한 소음발생, 교통사고의 위험, 수업방해의 폐해가 심각해지자 단순통과 차량에 대하여 통행료 징수 등의 조치를 취한 대학에 대해서 이를 대학의 이기주의라고 비난하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대학이 무엇을 위하여 존재하는지 대학의 근본가치를 모르는 무지의 결과이다. 통행료 징수가 목적이 아니라 대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단순통과 차량의 우회를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이기주의라는 혹독한 비난 때문에 대학은 여전히 소음과 매연에 시달리며, 교통사고의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자기의 소신과는 다른 일을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고민일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고, 의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개인에 대한 존중이다. 성숙된 개인주의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주의가 더 존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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