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흙도 숨 쉴 수 있게 하자
[농업이야기] 흙도 숨 쉴 수 있게 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16.07.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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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토양비료담당)
▲ 이영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토양비료담당


산소를 만드는 기초는 흙이다.

흙은 땅 위의 생명체를 잉태하고 길러주는 어머니의 품과 같고, 모든 생명체가 의지하는 삶의 기반이며 우리가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하는 식물을 자라게 한다. 그래서 고대 인류문명은 농업에 유리한 물이 풍부하고 기름진 흙으로 구성된 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 흙의 생명력이 떨어진 현재에는 사막 위의 피라미드, 황토로 덮여있는 강줄기만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비옥했던 흙은 과다한 비료와 농약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농산물을 최대한 많이 생산하기 위한 공장처럼 변해가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숨을 쉬듯이 흙도 숨을 쉰다. 흙 속에 살고 있는 많은 생명체들이 내쉬는 숨이며 부족하지 않도록 산소를 공급해야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잡초방제와 수분 보전 등의 목적 때문에 비닐 멀칭으로 흙이 숨을 쉴 수 없도록 숨구멍을 막고 있다. 비록 한줌의 흙이라도 작은 생명체가 모여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흙 속에 산소가 있어야만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여 영양분을 공급하고 식물 뿌리도 왕성하게 생육하여 인간에게 식량을 공급해주거나 다시 흙으로 돌아가 유기물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흙과 인간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생명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대기 중의 산소는 대략 21% 정도이지만 흙 속에서는 미생물이나 식물이 산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산소는 10에서 20% 수준으로 부족하다. 실제로 흙 속에 산소가 없다면 흙은 부패해지고 식물은 질식으로 죽게 된다. 그리고 유기물은 분해되어 메탄가스가 되고, 질소질 비료는 아산화질소가스 형태로 대기 중으로 날아가 지구온난화를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 흙도 숨 좀 쉴 수 있게 산소를 공급해주자. 지름이 5cm 되는 막대기를 이용하여 비닐 멀칭 위에 15cm 깊이로 구멍을 뚫어 산소를 공급하면 오이 28%, 상추 14%, 봄무 5%, 봄배추 3% 수량 증대효과와 미생물 생체량이 7에서 16% 증가된다. 그리고 좋은 유기물을 시용하면 미생물의 증식을 돕고, 미생물 분비물은 흙을 뭉치게 하여 산소공급이 잘되도록 흙 속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

우리의 무관심으로 비닐 멀칭 속에서 흙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어간다면 인류 역사가 보여주듯이 우리의 미래도 없다. 흙이 숨을 쉬어야 생명공동체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흙의 숨이 멈추는 순간 이 땅의 살아 있는 생명체들의 숨도 멈추게 될지 모른다.

/이영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토양비료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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