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 할 줄 알자
부끄러워 할 줄 알자
  • 경남일보
  • 승인 2016.07.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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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의령군 기획감사실장·시인)
김영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바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세태는 사람으로서의 부끄러움을 많이 잊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세간에서 수시로 터져나오는 막말 파동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럽다. 일찍이 맹자께서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이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옛적 바빌로니아의 군주였던 술탄 살라디노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해 보겠다.

살라디노는 어쩌다 부하의 아내를 짝사랑하였다. 그래서 자신의 부하를 먼 변방으로 보내버리고 부하의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되었다. 그러자 당황한 부인은 그에게 ‘인간이 사랑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라며 정중하게 구애를 거절하였다. 그럼에도 살라디노는 부인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선뜻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부인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덕목을 군주께서 찾아내면 뜻을 따르겠노라고 말하였다.

군주는 오랜 기간 질문의 답을 구하려 떠돌다 한때 자신의 수하였던 늙은이에게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덕목은 ‘부끄러움’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살라디노는 질문의 답을 부하의 아내에게 제시하였다. 그러자 부인은 살라디노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누구냐고 되물었고, 살라디노가 거침없이 자신이라고 대답하자 부인은 곧장 군주 앞에 무릎을 꿇고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분인 군주께서 인간의 최고 덕목인 부끄러움으로 자신에게 향한 사랑을 거두어 줄 것을 간청하였다.

막막해진 살라디노는 곧 자신의 부끄러움을 깨닫게 되었고, 추후 정직한 군주의 길을 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진대 지금 우리 사회는 부끄러움을 아는 오감이 마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때 최고의 덕목이었던 삼강오륜은 고리타분한 넋두리로 취급된지 오래이고 부끄러움의 소산인 양심은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만 손해 보지 않으면 된다는 심사를 가지고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탓하지 않는 사회’, 그것은 진정 나부터 부끄러움을 아는 그런 사회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김영곤 (의령군 기획감사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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