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학교전담경찰관제: 폐지보다 개선하자
[경일포럼] 학교전담경찰관제: 폐지보다 개선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16.07.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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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김정섭 (부산대 교수)

 

부산에서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면서 학교전담경찰관(SPO)제도 폐지를 주장한다. 경찰이 보호해야 할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잘못된 일이며, 그들은 처벌받게 될 것이다. 경찰청도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였지만, 폐지여론은 아직도 높다.

SPO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도 있다. 먼저, 우리나라에는 ‘학교는 경찰이 들어가면 안 되는 신성한 곳’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다. 과거 공안통치가 성행하던 시절에 학교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학교에서 폭력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믿음에 의문을 남긴다.

둘째, 경찰이 학교에 상주하는 것이 학생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부모님들이 자녀를 통제하고 싶을 때 경찰을 이용하는 경우가 자주 있고, 이로 인해 학생들은 경찰을 매우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셋째, 일반교사, 상담교사, 상담사가 학교전담경찰관보다 학교폭력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 경찰은 상담사가 아니기 때문에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점은 SPO를 폐지하는 것보다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 부합한다.

SPO가 만들어진 배경과 성과는 이것의 폐지보다 개선에 더 힘을 실어준다. 새 천년이 시작한 뒤에도 학교폭력 발생률은 매우 높았으며, 그로 인해 많은 피해학생들이 자살하였다. 이에 우리나라는 2012년에 SPO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교육부에서 보도한 2015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도에 피해학생의 비율이 8.5%이었는데 2015년도에는 0.9%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러한 성과는 교육부와 학교의 노력 덕분도 있지만, 학생들과 교사들 중 80% 이상이 SPO에 만족한다는 설문조사결과는 SPO가 학교폭력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현재의 SPO를 그대로 존속시키기에는 너무 큰 사건이 발생하였다. SPO에게 새로운 역할을 주거나 이들의 역량을 강화시킴으로써 대안을 찾아야 한다.

첫째, 청소년의 성문화를 이해하고 이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SPO에게 성문화 및 성윤리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왜곡된 성편견이나 잘못된 성 지식을 가진 SPO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SPO는 가해자의 법적처리 문제, 피해자의 응급사태에 대처하는 방법, 탐문조사 방법 등 경찰의 고유 업무를 활용하여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셋째, SPO는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도 보호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학교에는 교사와 기타 성인들도 근무하는 곳이므로 이들 사이에 다툼이나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섬마을 학교에 SPO가 있었더라면, 학교관사에서 여교사가 마을주민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생각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김정섭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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