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가
[경일시론] 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6.07.2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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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벌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0만년 전에 등장했고, 현재 지구상에 약 2만종이 넘는 벌이 살고 있다고 한다. 벌 중에는 땅벌이나 말벌처럼 한방에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벌도 있지만,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벌도 있다. 바로 꿀벌이다. 꿀벌은 인간에게 달콤한 꿀을 선물한다. 선사시대 원시인 중 누군가가 처음으로 꿀을 맛봤을 때 어떤 표정이었을지 상상이 간다. 올림푸스 신들이 즐겨 먹었다는 암브로시아에도 꿀이 들어간다.

꿀벌의 가치는 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이 지배하는 1500종의 작물 중 30%는 꿀벌의 수분(pollination)에 의존한다.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만 하더라도 70%이상이 꿀벌 덕에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전 세계 꿀벌의 수분작업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무려 2650억 유로(약 38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꿀벌이 의도적으로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꿀벌은 자신에게 필요한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꽃가루와 꿀에서 얻는다. 꿀벌이 여러 꽃을 옮겨다니다 보면 이 꽃에서 저 꽃으로 꽃가루를 옮기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수분을 돕는 것이다.

만약 꿀벌이 큰 마음 먹고 단체로 파업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별수 없다. 사람이 일일이 붓이나 손으로 수분을 해야 한다. 실제 미국 토마토 농장에서는 사람이 벌이 하는 일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인건비도 인건비려니와 토마토의 품질도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10여년 전부터 배꽃 등 과실나무의 수분작업을 사람이 돕고 있는데, 매년 2500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되곤 한다. 가뜩이나 바쁜 세상에 붓 한자루씩 들고 ‘인간 벌’이 되지 않으려면 꿀벌에게 감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꿀벌의 군집 붕괴현상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집 나간 꿀벌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몇 십년 전만해도 꿀벌은 스스로 알아서 잘만 살았다. 먹이인 꽃도 지천에 널려 있고,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 위협요인도 없었다. 그런데 감사히 꿀이나 얻어먹던 인간이 사고를 쳤다. 무분별하게 제초제를 쓰면서 꽃이 피는 식물을 대거 없애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농약과 살충제를 마구 뿌려대면서 꿀벌을 직접 죽이거나 면역력을 약화시켰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미국의 경우 꿀벌의 개체수가 40%가량 감소했고, 유럽은 25%가 줄었다. 특히 영국은 2010년 이후 45%의 꿀벌이 사라졌다. 큰일이다. 꿀벌 실종사건의 원인은 비단 농약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말라 스피박(Marla Spivak) 교수는 꿀벌이 사라지는 중요한 이유로 값싼 합성비료, 광범위한 제초제, 독성 높은 농약성분 등에 의존하는 농업 재배방식을 들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산물의 양과 종류가 그만큼 줄어들고 품질도 떨어진다. 인류는 식품부족에 직면하게 되고, 꿀맛을 볼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한다.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멸종하고 인류도 사라질 것이다”라고한 아인슈타인의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아몬드 등 단일종 수분을 위해 벌집을 트럭에 싣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스피박 교수는 “꿀벌의 죽음은 우리에게 현재의 농업방식과 도시환경이 이제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면서 꿀벌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인간을 살리기 위해 농약사용을 줄이는 대신 꽃과 다양한 식물을 많이 키울 것을 권장하고 있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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