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맞춤형 의료’ 현실화 될 수 있을까?
[객원칼럼] ‘맞춤형 의료’ 현실화 될 수 있을까?
  • 경남일보
  • 승인 2016.07.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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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지난 7월13일부터 14일까지 코엑스에서는 ‘과총 창립 50주년 기념식 및 세계과학기술인 대회’가 열려 ‘맞춤형 의료(Personalized medicine)’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기조연설을 한 하버드대학 교수 찰리 리 박사는 각 개인의 질병은 개인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의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질병에 대한 의학적인 접근도 유전자 정보에 기반을 둔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맞춤형 의료’는 최근에 대두된 개념이 아니다. 인간 게놈의 배열구조를 알게 되면서 환자와 질병에 대한 치료를 의사들이 맞춤화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개발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미 의사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맞춤형 의료’를 실행하고 있다. 환자의 질병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진단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환자가족의 병력, 기타 의학적 상태, 생활방식은 물론 검사결과에 기반을 두어 구체적인 치료방안과 약물 사용량을 결정한다. 그러나 의사들이 분자와 유전자 수준에서 개별환자 또는 질병의 차이를 이해해 훨씬 효과적인 치료를 맞춤화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예를 들어 유전적 변이에 대한 지식 덕분에 의사들이 최적의 유방암 치료를 할 수 있고, 혈액 희석약물의 사용량을 보다 잘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유명한 배우 ‘안젤리나 졸리’, 그녀는 영화에서보다는 ‘선제적 유방 절제술’을 받은 것으로 더 유명하다. 안젤리나 졸리의 어머니는 56세에 난소암으로 사망했고, 외할머니도 45세에 역시 난소암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그녀의 이모도 61세의 나이에 유방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이런 가계도 때문에 그녀는 유전자 검사를 했고 BRCA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유방암에 걸리는 여성의 비율은 약 11%이지만 BRCA1 변이를 갖고 있는 여성의 경우는 77%, BRCA2 변이를 갖고 있는 여성의 경우는 56%가 유방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선제적으로 유방과 난소를 절제해 암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났지만 그녀의 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치료가 적용돼야 할 것이다.

오늘날 맞춤형 의료는 유전자, 유전자 발현, 단백질, 신진대사 등 다양한 분야의 검사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 의사들은 검사결과를 약물 반응, 질병상태, 치료 예후와 연관시켜 각 환자에 대한 치료를 맞춤화할 수 있다. 맞춤형 의료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문제도 있다. 맞춤형 의료에 대한 연구 및 적용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윤리적·법적인 규정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도 필요하다. 향후 맞춤형 의료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교육과정의 정비, 건강정보 기술의 통합, 그리고 환자의 사생활보호에 대한 확실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의사가 환자에게 맞춤의료를 시행하기 위해 하는 검사와 치료에 대한 보험급여 제도의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최원준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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